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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장외주가'는 잊어라 [thebell note]

한형주 기자공개 2014-09-26 09:24: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25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은 꼭 각자 생각하는 가격이 달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기 위해 파는 쪽은 "싸다"고, 사는 쪽은 "비싸다"고 맞선다.

이런 전략적 대치가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만큼은 허용되지 않는 듯하다. 공모주가 떴다 하면 투자자 쪽에서 먼저 '싸다'고 달려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웬만한 물건들은 나오는 족족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요즘 시장에서 삼성SDS의 공모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임박한 데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따로 있어 더 그런 모양이다. 공모가와의 가격 괴리가 얼마인지가 주 관심사다. 이번 IPO가 국내 최정상 그룹에서 나오는 조 단위 딜이란 점은 투자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들뜬 심리는 장외주가에 잘 나타나 있다.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에서 24일 SDS 주식은 34만 1500원에 거래됐다. 나날이 신고가를 쓰고 있다. 이날 거래대금은 전체 시장의 65%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상 SDS 홀로 시장을 이끄는 것과 다름 없다.

우려되는 건 시장 일각에서 장외주가의 의미를 '참고 자료'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분위기상 삼성SDS의 공모가가 30만 원으로 결정돼도 저평가 소리를 들을 판이다.

유통량이 극히 적은 장외주식의 가격은 SDS의 기업내용보다는 '삼성이니까'라는 기대심리로 움직일 소지가 다분하다. K-OTC의 일평균 거래량은 삼성SDS가 상장할 유가증권시장의 700분의 1 수준. 조금 과장 붙여 누구든 사면 오르는 게 장외주가다.

삼성SDS의 실제 공모가는 장외가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가가 30만 원 이상 되려면 삼성SDS의 피어그룹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최소 60배는 돼야 한다. SDS의 피어로 거론되는 상장사 중 이토록 고평가된 종목은 없다. 유사기업에 해당되는 SK C&C와 포스코ICT의 가장 최근 PER도 30~50배 정도다. 사실 이것도 결코 낮지 않은 밸류다.

흔히 PER가 50배 이상인 기업은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지적소유권(Intellectual Property·IP) 등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이익이 안 나도 기술성만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코스닥 특례상장 업체들이 좋은 예다.

삼성SDS를 IP로 먹고 사는 기업으로 보긴 어렵다. 이보다는 캡티브 마켓을 이루는 탄탄한 조직력과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회사라는 평이 적합하다. 기본적으로 코스피 평균 PER가 10배임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삼성SDS의 적정 밸류는 현재의 시장 눈높이보다 낮아져야 정상이다.

작년 IPO 시장 최대어였던 현대로템을 떠올려 보자. 전혀 다른 업종에 속해 있지만, 캡티브 마켓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SDS와 닮아 있다. 이에 더해 국가 기간산업(철도·방산)도 영위하는 로템은 수요예측 당시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서 프리미엄을 많이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로템이 올 들어 잇단 '어닝쇼크'를 내고, 주가는 공모가 밑을 헤매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청약을 앞둔 투자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반면교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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