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0월 22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당 계열사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왜 이쪽으로 전화를 하십니까"수화기 속 목소리는 싸늘했다. 전화를 건 기자가 머쓱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동아원 홍보팀 직원이었다. 동아원이 계열사인 '농업회사법인천안팜' 매각을 철회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자 전화했다. 하지만 홍보팀은 관련 내용에 대해 "우리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며 철저히 '모르쇠' 로 일관했다.
정작 이 사실을 확인해 준 곳은 관련업계의 홍보팀 임직원이다. 이미 경쟁사 임직원들조차 다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동아원 홍보팀의 행태가 달갑지 않았다.
물론 동아원의 사업 특성을 감안하면 홍보팀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B2B기업으로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탓이 커 보인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꼬리표와 연초부터 터진 주가조작 의혹 탓에 조심스러운 행보을 보여야 하는 심정도 이해된다.
그렇더라도 사실상 공개된 사실마저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홍보팀은 동아원의 컨트롤타워인 경영관리본부 직속부서이기 때문에 천안팜의 매각철회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더욱이 계열사 매각은 최근 동아원의 핫이슈다.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동아원이 부실계열사 정리에 돌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시장에서 이미 동아푸드, 피디피와인, 한국산업 등 구체적인 매각리스트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모르쇠 홍보 대응으로 '실체' 없는 매각 관련 소문만 무성해졌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기업이라는 의혹만 증폭됐다.
기업홍보는 이제 경영의 한 축이 되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홍보의 중요성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실제 기업이 경영진단을 할 때 생산·재무·마케팅·인사 항목에 커뮤니케이션을 포함시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대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아원은 원활한 소통창고가 필요하다.
주가조작과 무리한 외형확장에 따른 부실화로 위기에 직면한 지금, 언론과의 활발한 교류로 시장과 투자자로부터 신뢰와 투명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부실 계열사 매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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