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17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마냥 웃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 날씨, 높아진 판매수수료 등 외부여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해답 찾기가 여간 쉽지 않은 듯 하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빙그레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10억, 2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8억 원, 영업이익은 68억 원이 줄었다. 이익규모가 전년동기보다 24% 가까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빙그레의 실적은 통상 날씨와 연관성이 깊다. 여름철에 강한 빙과류가 전체의 45% 매출을, 유제품 음료가 나머지 55%의 매출을 이끄는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빙과류와 유제품에 집중돼 있어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투게더, 메로나, 요플레 등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바탕으로 매년 5% 안팎의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특히 과점체제인 식품업계에서 주기적인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급 제품을 확보한 덕분에 주력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 상황과 판이하게 달랐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추운 날씨 탓에 매출이 줄어들었다. 또한 판매비 및 관리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들자 재고자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48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5% 급증했다. 통상 1·2분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재고분량을 확보, 3분기에 제품을 판매해 재고물량을 털어낸다. 하지만 올해는 추운 날씨가 빨리 돌아온 탓에 재고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재고물량이 늘면서 추가적인 비용문제도 발생해 빙그레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빙그레의 3분기 판관비는 53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1% 이상 증가했다. 특히 보관비가 13% 늘어난 탓에 판관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은 "재고물량이 늘어난 만큼 보관비용도 증가했다"면서 "빙그레 제품 대부분이 냉동보관이 필요해 전기료 등 기타비용도 함께 늘어나 판관비 부담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또한 유통채널의 판매수수료 인상과 가공유 및 요구르트 시장의 경쟁심화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판매수수료는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규모 유통업체에 제품을 진열·판매하기 위해 지급되는 비용이다. 지난해 말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관행적으로 받아온 판매장려금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한을 받으면서 판매수수료를 인상했다. 빙그레가 올해 3분기 판매수수료로 지출한 비용은 4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12억 원이 늘어난 금액으로 수익성 악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가공유 및 요구르트 시장의 경쟁 과열도 빙그레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우유재고량이 12년 만에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식음료업계는 남아도는 재고량을 소화하기 위해 '너도나도' 가공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예로 요거트 '불가리스 프룻', 'milk100' 등을 출시해 발효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은 "넘치는 원유재고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식음료업체들이 가공유 및 요구르트 제품을 출시해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들은 시장 안착을 위해 프로모션을 강화하거나 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빙그레가 가공유에 우월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더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판매수수료 인상, 가공유 시장 경쟁 심화 등이 단기간 내 해소될 수 있는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빙그레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단순한 매출 포트폴리오가 날씨, 수수료 등의 외적 변수로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빙그레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다만 서두르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 기존사업과의 연관성 등으로 고려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