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26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연히 KB국민은행 홈페이지에 있는 '나의 인문학지수 높이기'란 코너에 들어간 일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칼럼이 즐비했다.'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 중에 '카지노로 번 돈, 기부로 환원하는 샌즈그룹 회장 셸던 아델슨'이란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라스베이거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 카지노산업 초기에는 유대인 범죄 조직원들이 이 노다지 사업에 많이 참여했다. 영화 '벅시'의 실제 인물인 우크라이나계 유대인 벤저민 시걸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선구자였다. 이 전통을 이어받아 미국 카지노계의 황제로 등극한 유대인이 있는데 그가 바로 셸던 아델슨(Sheldon Adelson)이다.
아델슨은 1933년 보스턴 외곽 흑인 거주 구역인 도체스터에서 태어났다. 택시기사인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태생 유대인이다. 그는 1979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컴퓨터 전시쇼인 컴덱스(COMDEX)를 창설했다. 그가 도박의 도시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계기다. 그는 1988년 라스베이거스 샌즈 카지노호텔을 인수한 후 다른 도박장을 속속 사들여 샌즈그룹으로 통합했다.
아델슨은 미국 대부호 10위 안에 드는 인물이다. 그는 많은 유대인 부호들과 같이 기부 사업에 각별한 열정을 보였다. 특히 교육·의료 분야의 대형사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자신이 빈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보스턴의 여러 의료기관에 지체장애인 재활사업에 쓰라고 거금을 쾌척했다. 밀집된 도박장으로 인해 교육환경이 극히 불량한 라스베이거스 지역의 중등 교육기관에도 많은 돈을 지원했다.
많은 미국 유대인 부호들은 자선과 기부를 사회적 책무로 여긴다. 이는 무엇보다 유대교의 핵심 계율인 '구휼'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를 축적한 과정이 석연치 않아 보이는 일부 유대인 부호들도 자선활동에는 열성적이다.
'돈만 아는 수전노'라는 평가를 받았던 유대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기부에 열성적인 이유가 뭘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격차 해소는 최근 국제사회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유대인들은 이런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시켜나갔다.
우리나라에도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몇년 전 첫 일가족 회원이 탄생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회원으로 가입한 원영식 SH홀딩스 회장과 그의 가족이 주인공이다.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는 원 회장은 우군도 많지만 적도 많은 사람 중에 하나다. 투자업이란 것이 투자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든든한 우군으로 평가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 두고두고 뒷말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원영식 회장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 회장의 기부에 대한 철학만큼은 찬사를 받을만하다. 그는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첫 번째 일가족 회원이 되는 등 지난 12년간 소외계층과 복지시설 등에 알려진 것만 수 십 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원 회장의 기부 철학은 '2014년 국민추천포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기업 총수들도 매년 거액을 쾌척해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공익사업 기부 대신 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인을 후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부 역시 변칙 상속이나 절세 방안으로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일이다.
미국 사행산업을 대표하는 카지노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조건 없이 기부로 환원한 샌즈그룹 셸던 아델슨 회장의 열성적인 기부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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