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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 채권단의 고민

한형주 기자공개 2015-01-23 10:30:35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9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양회 매각은 생각보다 한참 더뎌질 것 같다. 채권단은 쌍용양회의 작년 결산이 완료돼야 본격적인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는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애매한 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경쟁사인 동양시멘트를 ㈜동양과 묶어 팔기로 결정, 오는 3월까지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국내에서 대형 시멘트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후보는 손에 꼽힌다. 성신양회, 한일시멘트와 같은 동종업체, 유진·삼표·아주그룹 등 레미콘업체들 몇몇이 전부다. 시멘트업계 1, 2위인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가 한번에 팔리긴 어려운 상황. 쌍용양회 채권단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게 생겼다.

가장 큰 걸림돌은 2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다.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을 함께 팔 것인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태평양시멘트에겐 채권단에 자사 보유지분을 함께 팔아달라고 요구할 '태그얼롱(동반매도권)'이 없다. 이 상태에서 채권단 보유지분(지분율 46.83%)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태평양시멘트가 지난 15년 간 지켜온 경영권을 행사할 명분은 없어진다. 그렇다고 예상 거래금액 5000억 원대의 쌍용양회 지분을 인수할 여력도 없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등으로 구성된 쌍용양회 출자전환주식 매각협의회(이하 매각협의회)는 최대주주 지위임에도 불구, 경영권은 태평양시멘트에 양보해 왔다. 애초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에 투자한 배경에(김대중 정부의 초청) 따른 '예우'로 해석됐다. 역시 배려 차원에서 매각협의회 권한으로 '우선매수권'도 부여했다.

그리고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을 현 수준(32.36%)으로 유지하는 데 적잖은 자금을 들여 왔다. 지난 2000년 최초 투자 이후 지분 취득에만 7885억 원을 썼다. 이제 와서 지분을 내놓자니 그간 투자한 금액이 아깝다. 항간에는 산업은행 측에서 직접 접촉해 봤으나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태평양시멘트 스스로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순조로운 매각을 위해 태평양시멘트의 입장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채권단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현재 쌍용양회에 대한 태평양시멘트의 법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채권단 스스로 태평양시멘트에 보장해준 '경영권의 실효성' 및 '우선매수권 적용 여부' 등이 법률검토 대상. 아직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이 작년 말 주관사까지 선정해 가며 매각 의지를 드러낸 것은 지금이 주식을 처분할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모처럼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고, 주가도 다시 1만 원대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는 투자원금(1조 1820억 원) 절반 이상을 손해볼 것으로 예상되나, 미리 충당금을 쌓아둔 덕에 장부상 이익은 기대할 수 있다. 미적대다가 동양시멘트가 먼저 매물로 나오기라도 하면 다시 안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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