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22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이 골프장 사업을 진행해보기도 전에 접는다. 골프장 조성을 위해 설립했던 크레스포 매각을 결정했다. 땅만 샀다가 되파는 꼴이다.

22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손자회사인 크레스포 매각에 나섰다. 현재 매각 예상 가격을 알아보는 단계로 조만간 매각 일정을 확정하고 거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은 지난 2003년 포천 지역에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크레스포를 설립했다. 당초 27홀 골프장을 세울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 18홀 골프장 승인을 받았다. 27홀 골프장을 세우기에는 부지규모 등 몇 가지 요건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내부적으로는 18홀 골프장만 조성해서는 당초 기대했던 수익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크레스포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

매각을 결심한 뒤 국내 IB들을 대상으로 크레스포의 매각 예상금액 등을 조사하며 거래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현재 인수후보들을 알아보는 단계로, 만족할 만한 제안이 있을 경우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거래금액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다면, 크레스포의 매각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민간사업자들이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를 인수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골프장 조성 관련해서 민간사업자는 토지수용권을 근거로 골프장 부지를 매입해왔다. 토지수용권은 특정 사업을 진행할 때 가격을 일괄적으로 정해 사업자가 토지를 강제로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하지만 2013년 12월 관계법 항목에 '공공필요성이 인정되는'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면서 앞으로 민간사업자는 골프장 조성을 위해 대규모 토지를 100% 인수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소위 '알박기'라는 행위에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골프장 부지 매입이 힘들어지자 신규로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원매자들이 이미 허가를 받은 골프장 부지 인수에 나서고 있다. 크레스포를 인수할 원매자들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크레스포는 스포츠토토의 100% 자회사로, 오리온의 손자회사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의 지분 69.35%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 크레스포의 모회사는 스포츠토토 아래에 있던 지파인딩이었으나, 2013년 합병을 하며 지금과 같은 구조를 띠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