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2월 03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6일 현대증권 본입찰에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이하 오릭스PE)가 써낸 가격(1조 800억 원)은 경쟁자인 파인스트리트보다 500억 원가량 높았던 걸로 파악된다. 1조 원대 거래에서 500억 원이면 그리 큰 격차로 보기 어렵다. 비록 낮게 쓴 쪽이라도 딜 클로징 능력 등 기타 우위로 충분히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 오릭스PE가 파인스트리트를 누를 수 있었던 건 결국 인수구조의 차이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이제 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터라 추후 변동의 여지는 있지만, 오릭스PE는 일단 사모투자펀드(PEF) 2개를 만들어 현대그룹 및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지분율 36.85%)을 나눠 사들일 방침이다. 먼저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22.43%) 그리고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0.15%)을 합친 22.58%를 인수할 6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다. 나머지 자베즈(9.54%)와 나타시스은행(4.74%) 보유분을 매입할 펀드는 42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총 1조 800억 원(36.86%)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첫번째 펀드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나 배당에 있어 출자자(LP) 간 선·중·후순위로 구분되는데, 현대상선이 약 2000억 원, 오릭스(본사 또는 해외 계열사)가 1800억 원어치를 출자 확약(LOC)해준 점이 특징이다. 전체 운용자산(AUM)의 60% 가까운 물량에 대해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중·후순위 투자자로 직접 참여함으로써 펀드 뒷단을 확실히 받쳐준 것이다. 이 부분이 파인스트리트가 제안한 인수구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사실 선순위 자금조달 증빙만 놓고 보면 오히려 파인스트리트가 오릭스PE보다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파인스트리트가 웬만한 국내 연기금·공제회들로부터 골고루 투자의향서(LOI)를 받아놓은 데 비해 오릭스가 확보한 선순위 투자자는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정도에 불과했다. 얼핏 보면 굴지의 큰 손 기관들이 앞다퉈 LOI를 끊어준 파인스트리트 쪽이 모양새는 더 그럴 듯했다.
이런데도 오릭스PE가 우선협상자로 낙점됐다는 건 그만큼 선순위 LOI가 이번 인수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방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두 후보 중 유력 인수자가 가려진 바, 당초 파인스트리트에 투자하려던 LP들도 얼마든지 오릭스로 출자 대상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승부를 가른 결정타는 중·후순위 투자구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릭스PE는 현대증권 인수 시나리오에 현대상선 후순위 출자를 포함시킴으로써 현대그룹에게 재투자 기회를 열어줬다. 동시에 5년 뒤 현대증권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더불어 지분 매각시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앵커 LP로서 중순위 투자를 맡았다. 중·후순위 투자건 모두 LOC를 발급, 본입찰 때 제출했다. 반면 파인스트리트는 해외 투자자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펀드에게 자금을 유치하면서 LOC까진 받아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릭스PE는 남은 펀드자금 모집에도 큰 난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총 4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현대그룹과 함께 중·후순위 형태로 깔아놓은 점이 LP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 오릭스는 AUM에서 선순위 지위를 갖는 2800억 원어치를 연기금 및 공제회로부터 추가 출자받을 계획이다. 선순위 LP의 보장수익률은 은행 인수금융 대비 약 1%p 높은 연 6%대로 알려져 있다.
LP들은 오릭스PE가 인수한 현대그룹 보유지분(22.58%)을 나중에 되팔더라도 원금(2800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중순위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수준을 감안한 선순위 멀티플은 대략 0.4배. 에퀴티 투자지만 LP 입장에선 '선순위가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평이다. 거래 관계자는 "현대증권 주당 매입가(1만 2400원)의 시가(2일 종가 기준 7510원) 대비 할증폭만 놓고 보면 오릭스가 지분을 꽤 비싸게 사는 것 같지만, 선순위자들이 볼 땐 그리 위험한 에퀴티 투자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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