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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카운팅'은 만병통치약인가 [thebell note]은행PB 상대적 박탈감…컨트롤 타워 부재 '난제'

이승우 기자공개 2015-02-26 11:50:19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9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소속 프라이빗뱅커(PB)와 은행 소속 PB가 한 점포에 근무하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슷한 성과를 냈는데, 증권사 소속 PB는 연말에 거액의 성과급을 받고 은행 PB는 상사로부터 '수고했다'는 칭찬 한 마디에 만족해야 한다면? 은행 소속 PB는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여러 금융그룹이 계열 은행과 증권 등의 PB조직을 합친 복합금융점포를 구상할 때, 반드시 필요한 성공요건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 공동 영업에 대해 증권과 은행 PB 모두에게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내 고객을 계열사 PB에게 넘겨줄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성과를 공유하게 되면, PB들 간에 경쟁이 아닌 협조가 이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블카운팅이 복합금융점포를 성공시킬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가 확보한 고객을 다른 계열사 소속 PB에게 넘겼을 때 돌아오는 '보상'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이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사고과와 성과평가에서 '개인'과 '돈'의 개념이 강한 증권사와 '조직'과 '승진'이 핵심인 은행의 동거는 늘 갈등을 안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은행의 고객 정보가 증권에 비해 막대하기 때문에 은행 PB들의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다.

◇은행·증권 다른 보상체계…"은행PB 상대적 박탈감"

복합금융점포가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한 인프라다. 한 지점을 방문해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고 있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간단치가 않다. 한 점포에 공동 영업을 하게될 직원들간의 융합 문제, 특히 이들의 보상 체계의 상이함은 융합을 가장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직원간 융합을 위해 모든 금융회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게 바로 더블카운팅 제도다. 복합금융점포내 증권 PB와 은행 PB가 공동영업을 해 10억 원의 고객을 유치했다고 가정하면 각각 5억 원씩, 총 10억 원 유치가 아닌 증권 PB 10억 원, 은행 PB 10억 원씩 총 20억 원의 신규 자금 유치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공동 영업에 대한 성과를 각각 인정받을 수 있어 복합금융점포에 필수적인 제도다.

하지만 같은 복합금융점포내 증권과 은행 PB의 직원평가지수(KPI)는 각각 다르다. 또 KPI에 따른 보상체계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증권 PB는 인센티브를 받는 임금 구조고, 은행 PB는 호봉이 정해져 있고 성과에 대한 고과를 인정받는다. 똑같은 영업을 했는데 연말에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될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 PB의 허탈감이 증폭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상체계가 다르다는 점은 두 직원간 시너지를 저해할 가장 큰 리스크인 셈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같은 고객을 유치해 같은 실적을 냈는데 증권사 PB는 성과급 잔치를 하고 은행 PB는 손에 쥔 게 별로 없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증폭된다"며 "복합금융점포내 더블카운팅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미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은행 PB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쪽으로 보상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합금융점포가 탄생하면 기존 은행 고객을 상대로 계열 증권사 PB가 신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상체계가 불리할 경우 은행 PB가 증권 PB에 대해 고객 공유를 꺼릴 수 있다. 특히 은행과 비교해 증권사 PB의 이직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 공유한 고객의 이탈 가능성도 우려할 만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복합금융점포는 증권사 PB에게는 고객 확대를 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은행 PB와 공유한 고객을 보유한 채 이직을 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직원이니 무조건 잘해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보상체계와 고객 공유로 인해 생기는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컨트롤 타워 부재 '최대 난제'…어색한 동거

직원간 시너지를 가로막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두 계열사 직원을 동시에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부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지주사 체제를 통해 매트릭스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은행은 은행 임원, 증권은 증권 임원에게 평가받는 등 지휘계통이 분리돼 있어 일사분란한 통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복합금융센터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의 PWM 역시 마찬가지. 현재 신한PWM의 센터장은 두명이다. 증권사 센터장과 은행 센터장을 두명 두면서 그 아래 직원들도 따로 영업을 하고 있다. 서로 업무를 공유하도록 유도하지만 상사가 다른 은행과 증권 직원이 진정한 협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WM조직을 이끄는 은행의 부행장을 증권사의 비상근 임원으로 임명, 전체 직원을 통솔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PWM을 안착시켰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는 PWM 수뇌부가 은행 소속 직원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며 "증권과 은행의 시너지를 자율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복합금융점포를 구상하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들은 증권과 은행의 임원 겸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업무 모두에 정통한 적임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양쪽 직원을 장악할 수 있는 카리스마도 겸비한 임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점 내에서도 각기 다른 센터장을 두고, 이 센터장들도 각기 다른 임원이 관리하는, 당분간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은행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과 수협 등이 추진하고 있는 비계열사간 복합금융점포는 이같은 문제가 시너지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 공동개발과 고객 공유까지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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