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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저금리에 부채 시가평가까지 생존 불투명 [위기의 보험사]①40조 잉여 책임준비금도 도움 안돼…중소형사 매물 속출 가능성도

안영훈 기자공개 2015-03-06 08:08:56

[편집자주]

2015년을 맞아 전 보험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 3년 앞으로 다가온 보험부채 시가평가까지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산재된 탓이다. 위기대응법도 다양하다. 자체적으로 경영효율성 극대화 정책을 펼치거나 계열사 문제 해소, 해외 진출, 자본확충 등 경영진과 대주주의 결단이 필요한 대응법들도 쏟아져 나온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보험사가 직면한 내·외부의 위기요소와 대처법 등을 통해 위기상황에 봉착한 보험업계의 현 주소를 살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2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산업이 위태롭다.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보험산업의 생존 근간을 흔들고,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주 내용으로 하는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 II) 시한폭탄에 불이 붙여진 탓이다.

지난 20년 내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총 자산 830조 원을 돌파한 보험사에게 이번 위기는 보험산업의 역대 최대 위기로 손꼽힐 정도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전 금융업계가 흔들렸을 당시에도 보험사는 10%가 넘는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을 팔아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고금리 확정이율 판매의 휴유증이 고개를 들었던 2007년엔 '보장자산 바로알기'란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의 승환계약을 유도했고, 이로 인해 대형 생명보험사는 역마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도 보험사 전체의 위기는 아니었다. 해외 신용연계채권(CLN)이나 선수금환급보증보험(RG보험)에서 수천 억원에 달하는 투자손실이 발생했지만 일부 보험사에 국한된 일이었고, 이조차 실적급감으로만 이어졌을 뿐 보험사의 생존엔 문제가 없었다. 후속여파로 KDB생명(당시 금호생명)과 ING생명, 동양생명 등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대주주의 몰락에 기인한 결과일 뿐이다.

◇ 무한 자본확충 요구하는 IFRS4 '시한폭탄'

과거 보험사의 위기가 일부 혹은 자구노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었다면 작금의 위기는 보험사 전체의 위기다. 이전과 달리 위기는 보험사의 영업관행이 공격적이든 보수적이든,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량이 크든 적든지를 따지지 않는다. 현재의 자본력도 성난 파도앞에 세워진 모래성과 같다.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오는 2018년 국제회계기준 2단계의 시행으로 현행 원가 평가방식에서 시가평가 방식으로 변경되면 보험사의 부채는 급격히 증가한다. 급격히 늘어난 보험부채 규모는 국제회계기준 2단계 시행을 코앞에 둔 현재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정도다. 다만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 이행을 위해 미리 쌓고 있는 책임준비금이 턱없이 모자를 것이란 전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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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험사는 법적으로 쌓게 되는 책임준비금 기준보다 넉넉하게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고 있다. 그 규모는 40조 원에 육박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회계기준 2단계 시행시 40조 원에 육박하는 책임준비금 잉여금은 단번에 허공으로 사라지고, 추가적인 책임준비금 적립부담까지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전체 보험사가 연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2조 원도 안되는 상황에서 2018년 책임준비금 폭탄을 스스로 감내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생명보험사 한 CRO는 "누구도 감히 예측하기 힘든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그나마 대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회사들은 최악의 경우를 피할 것으로 위로하고 있지만 펀드가 대주주이거나 대주주 지원 여력이 불투명한 회사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저금리 수렁에 구매력 침체

국고채 금리(3년, 5년, 10년)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2%대에 머물고 있다. 2011년 국고채 10년물이 4%에 접어들었을 때도 난리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아예 보험사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처에 족쇄가 채워진 셈이다.

투자수익만 떨어진 것이라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최저보증이율이 문제다.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이 상당수는 3.75%, 3.5%에 머물고 있다. 대체투자로 불리는 오피스 대출 수익률이 잘해야 4%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잘해도 신규투자로는 최저보증이율 감내도 벅차다.

상품이라도 많이 팔리면 그나마 희망을 갖겠지만 경기침체로 보험 소비자의 지갑도 닫혔다. 계속보험료의 영입으로 신계약이 없어도 연간 1~2%의 성장을 거둘 수 있는 보험사의 지난해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고작 3%인 것도 저성장 기조의 심각성을 나타낸다.

저금리·저성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체력도 없다. KDB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동부생명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 빅3의 하나인 한화생명까지 만기보유증권의 매도가능증권으로의 계정 재분류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고, 중소형 손해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 여력도 고갈된지 오래다.

깊은 수렁에 빠져든 보험사를 바라보는 대주주의 시선도 예전같지 않다.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기대에 못미치는 보험사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는 탓으로, 지금의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유'와 '매각' 선택이 불가피한 상태가 도래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키워온 하이카다이렉트의 불투명한 미래에 결국 합병을 선택한 현대해상의 예처럼 사업포기는 이제 현실이 됐다"며 "살아남는 자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당장 누가 살아날지조차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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