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준양 시절 인수 계열사 '좌불안석' 계열사 50개까지 확대, '검찰수사' 뒤 인수 적정성 등 도마위에
김장환 기자공개 2015-03-18 08:35: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7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혐의에 그칠 것으로 여겨졌던 수사가 포스코플랜텍(성진지오텍), 포스코P&S, 크라카타우포스코 등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수 백억 원대 비자금 혐의가 발견됐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들이 흘러나온다.일단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검찰의 수사가 단일 계열만을 겨냥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 인수한 회사들 대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 과정이 노출된 곳들 외에도 상당수 계열들이 수사 범주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초점은 정 전 회장 시절 인수한 부실 업체들이다.
◇ 정준양 시절 가장 큰 딜 '대우인터'..초반 부실 탈피 '안도'
정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 인수한 대표적인 회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이 꼽힌다. 가격 자체가 이 시기 인수했던 어떤 업체들보다도 컸다. 포스코는 2010년 3조4000억 원을 들여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0.3%(약 6868만 주)를 사들였다. 당시 지분의 액면가치는 2조4300억 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1조 원 가까이 얹어줬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후 몇 년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수익성이 저조했던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종합상사의 특성상 매출은 많았지만 영업이익률이 1% 미만으로 과도하게 낮았다. 대규모 부채가 연결기준 재무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포스코 그룹사의 재무여력을 크게 깎아내리는 부작용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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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취임 후 포스코는 한때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기도 했다. 지분 통매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사업부 분할 매각,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편을 고려했다. 연결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수준(29%)까지만이라도 지분을 줄여보자는 내부 검토까지 있었다. 이 같은 방식의 매각은 회사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판단을 내려 결국 유보했다.
다만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들어 가스전 개발 사업 성과에 힘입어 안정적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3761억 원), 순이익(1764억 원)도 대폭 커졌다. 미얀마 가스전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서 이룬 쾌거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실패한 인수 사례라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번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정 전 회장 시절 단행한 가장 주목받는 딜 중 하나지만 실패 사례로 보기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 수사 핵심 부각 포스코엠텍, 나인디지트·리코금속 인수 왜 했나
이를 뒤로하고 이번 검찰 수사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핵심 계열 중 하나는 포스코엠텍이다. 과거 정 전 회장 시절 인수한 부실 업체들로 인해 포스코엠텍이 심각한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는 점이 의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자체적으로 인수를 검토했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의사 결정권자인 그룹 CEO가 최종 재가를 내렸을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는 곳은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이다. 포스코엠텍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이들 두 계열을 잇따라 인수했다. 희유금속 고순도화, 폐자원 수거 등 리사이클링 도시광산사업 확대를 위해 결정한 M&A였다. 2013년 1월 이들 회사는 포스코엠텍 사업부로 흡수합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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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는 인수 당시부터 끊임없이 구설에 휩싸였다. 수익성뿐 아니라 재무상태도 심각한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리코금속은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2010년 말 기준 부채 105억 원, 자산은 85억 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0억 원이다. 나인디지트는 2009년 말 부채비율이 1313.3%에 육박했다.
인수 후 도시광산사업으로 자리잡은 이들 업체는 포스코엠텍의 수익성을 깎아내리는 역할만 했다. 지속된 적자로 철강제품 포장, 포장설비 판매 등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까먹었다. 포스코엠텍은 2013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는 계열사로 전락했다. 지난해 246억 원의 영업적자와 1054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 인수는 국세청으로부터 대규모 추징세액을 부과받는 계기도 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포스코엠텍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435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무자료 거래 행각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였다. 포스코엠텍은 이를 두고 과거 회사에서 벌어진 일일뿐 자신들이 인수했을 때와는 관련없는 일이라고 소명했지만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30개 계열 50개로 확대, 부실 계열 상당수 눈길
이 외에도 정 전 회장 시절 인수해 의혹을 사고 있는 업체들은 많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부임 후 약 30개에 그쳤던 포스코 관계사 및 계열사를 50여개까지 늘리며 규모를 크게 키웠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공격적 인수합병도 있지만 소규모 지분 투자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는 곳들도 있는 반면에 성진지오텍, 리코금속, 나인디지트처럼 인수 의도 자체가 의문시 될 정도로 부진한 업체들도 더러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시절 이뤄진 M&A들을 중심으로 인수 적정성 여부를 강도 높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정권 인사의 개입설에서부터 관련 딜에 참여한 포스코 그룹 계열 임직원들도 대거 조사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 그룹 관련 수사는 이로 인해 과연 어디로까지 번지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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