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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경제지주, '투명' 빠진 경영정상화 농협사료·유통·목우촌, 감사위원장-사내이사 겸임 '이해상충' 논란

이경주 기자공개 2015-03-19 08:46: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농협경제지주가 '불투명 경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핵심계열사인 농협사료와 농협유통, 농협목우촌 등의 사내이사가 수년 동안 감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이사-감사위원장 겸직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대다수 기업들이 피하고 있는 후진적인 경영구조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지난달 신규 사내이사로 최상철 전 창동농산물종합유통센터 지사장을 선임하면서 동시에 감사위원장직을 맡겼다. 최 전 지사장 전에도 박명진 전 농협홍삼 대표가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김용태 전 달성유통센터 사장이 2011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 4년 동안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장을 각각 겸직했다.

농협사료

농협사료도 김병화 사내이사가 감사위원장을 3년 이상 겸직하고 있다. 농협목우촌도 작년 2월부터 장춘환 사내이사가 감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김영기 전 농협중앙회 성남유통센터 부사장이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년 동안 겸직했다. 농협사료와 농협유통은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주력 계열사다. 농협목우촌 매출은 5000억 원대에 달한다.

감사위원장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의무가 있는 감사위원회의 대표다. 농협사료 등은 경영진이 자기 감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주 드물게 사내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이는 사내이사가 회사 사정을 잘 모르는 감사위원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농협사료 등의 감사위원들은 대부분 동종업계 종사자들로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돼 이 케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또 농협사료 등 3개사는 관련현황이 공개된 이래 한 번도 감사위원장을 사내이사가 아닌 이사들이 맡은 적이 없다. 사내이사-감사위원장 겸직이 공식화돼 있는 것이다.

농협사료 등의 자산 규모가 2조 원이 되지 않는데도 굳이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데에도 의구심이 든다. 기업은 상법상 감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 중 하나를 택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해야 하는데 자산이 2조 원을 넘으면 감사위원회 도입이 필수다.

업계는 농협사료 등이 감사위원회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이상의 감사를 둬야 하는 감사제도의 경우 감사 후보선정의 권한이 주주총회에 있다. 또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감사는 사내이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진 입맛대로 감사를 쉽사리 정할 수 없는 구조다.

반면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후보선정 권한이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에 있다. 단 이사 3명 중 2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농협사료 등의 경영진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둘 수 있게 된다. 특히 감사위원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 감사위원회가 거의 장악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엔 감사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규제하고 있다. 농협사료 등은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대놓고 사내이사-감사위원장 겸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농협경제지주의 경영정상화를 돕기 위해 수조원의 국세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농협경제지주가 설립되며 정부는 현물출자 1조원, 이차보전(이자만 지원)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그룹이 본업인 농업경제 활성화보다 금융사업에만 치중해 왔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자본금이 금융지주로 쏠리며 재원이 부족해 정부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농협경제지주 핵심 계열사들이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렇다 할 실적도 내지 못하고 있다. 농협사료는 지난해 매출(1조3251억원)이 11.7%나 감소했으며, 농협목우촌도 2년 연속 매출이 0.9% 감소율로 후퇴하고 있다.

주총의안 분석업체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사내이사가 감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도입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협사료 등이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음 볼 정도로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 관계자는 "관련팀에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설명했다. 농협목우촌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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