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기]아바스틴 왕위 잇는 '간암 타깃' 올인, '병용'으로 길 열었다부광약품서 400억에 권리 일체 인수, 위암 좌절 딛고 VEGFR 물질특허 20주년 분기점
최은수 기자공개 2024-05-16 15:35:43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새 혈관, 즉 보급로를 없앤다."HLB의 핵심 파이프라인이자 미국서 품목허가(NDA) 9부능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혈관신생(VEGF)억제 티로신 카이나제 인히비터(TKI Inhibitor) 리보세라닙. VEGF 개념은 1970년 처음 나왔다. 다만 30년이 넘는 증명과 임상 끝에 2004년이 돼서야 계열 내 최초 치료제인 '아바스틴'의 출시로 현실화했다.
리보세라닙을 둘러싼 변곡점을 국내 바이오텍의 첫 FDA 항암 신약 도전기로만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 아바스틴은 독보적인 VEGF 기전으로 출시 20년차에도 간암 1차 치료제에 진입하며 여전한 위용을 자랑한다. 리보세라닙이 위암에서의 좌절을 딛고 8조 매출의 아바스틴과 간암 시장서 자웅을 겨룬단 점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2004년 첫 VEGF 아바스틴 출시 직후 물질특허 획득
리보세라닙의 출발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보세라닙의 핵심 기전인 혈관신생억제는 1970년대 처음 주창된 개념이다. 그러나 처음 FDA 상업화 문턱을 넘기까진 무려 30년이 걸렸다. 체내 혈관신생을 유도하는 인자의 수도 많고 수용체 역시 다양하지만 '부작용'이 문제였다.
2004년 아바스틴이 VEGF를 앞세워 처음 FDA 문턱을 넘었다. 임상에서 출혈이나 혈전 장천공 및 고혈압, 심각한 부작용으론 장폐색 단백뇨도 나타났지만 마땅한 항암 치료제가 없는 현실이 고려됐다. 특정 암세포 즉 항원에 잘 달라붙는 항체의 특성상 부작용 보고 비율도 기존 치료제보다 소폭 낮았다.
그러나 VEGF가 연구 단계를 넘어 상업화도 가능하다는 게 입증되고 새로운 상업화의 길을 열기엔 충분했다. 같은해 리보세라닙 원개발사 어드벤첸 연구소가 리보세라닙의 물질 특허를 취득한 배경이다. 이후 2005년 미국의 엘레바가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판권을 어드벤첸 연구소로부터 라이선스 인하면서 지금의 여정이 시작됐다.
리보세라닙은 아바스틴과 달리 저분자화합물이다. 수용체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또 다른 VEGFR TKI 억제제이제 간압 1차 치료제로 먼저 자리잡은 바이엘의 넥사바(소라페닙)와 같은 계열이다. 소라페닙은 2008년부터 간암 1차 치료제로 쓰여왔다. 그러나 이 역시 마땅한 대체제가 없다보니 중대한 부작용을 감내하고서 항암 치료에 썼다.
어드벤첸 연구소로부터 중국 판권을 사들인 항서제약은 이 광범위한 언멧니즈를 파악했다. 중국에서 연이어 고형암 대상 임상을 순항했다. 2009년 이를 파악한 부광약품이 엘레바와 한국·유럽·일본 판권을 계약했다.
2017년까지 항서제약이 확장한 리보세라닙 적응증은 총 20개다. 이미 중국에서 위암과 간암 등에 대한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HLB는 이 가운데 '글로벌 간암 1차 치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2018년엔 계열사 HLB생명과학이 부광약품으로부터 리보세라닙 권리 일체를 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올인'을 선택했다.
◇위암서 첫 좌절 딛고 '병용요법'서 실마리
혈관신생을 유도하는 인자는 종류가 다양하고 따라서 이에 반응하는 수용체도 다양하다. 그래서 암세포에게는 하나의 경로가 막히면 다른 경로를 찾거나 심지어는 이 과정 자체를 건너 뛰어 생존의 방법을 찾기도 한다. 리보세라닙을 포함한 VEGF TKI 저해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전략은 면역관문억제제 등과의 '병용요법'이었다.
HLB가 앞서 진행한 단독요법으론 위암에서 좌절을 맛봤다. 2019년 위암 3차 치료제 임상 3상 결과 이미 허가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5.26개월, 론서프(성분명 TAS-102)의 5.7개월과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발표했다. VEGFR 기전 하나로는 암세포의 회피 장벽을 넘지 못했단 의미다.
HLB는 간암 1차 치료제에선 PD-1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을 선택했다. 특히 간암 치료 시장은 위암보다 난도가 높다보니 임상을 설계할 때만 해도 VEGFR 저해 하나만을 강조하는 소라페닙 외 1차 치료제가 없었다. 위암보다 치고 들어갈 여지가 많다고 보고 여기에서 FDA 인허가 재진입을 노렸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병용 임상 3상에서 FDA 신약 승인 기준인 기출시 의약품인 소라페닙 대비 30% 이상 개선된 유효성을 입증했다. 현재로선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앞에 남은 유일한 관문은 'FDA 신약 허가 승인을 받느냐 아니냐' 뿐이다.
◇마지막 승부 '8조 매출+여전히 현역'인 아바스틴과 맞대결
시장에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가능성은 50대 50으로 본다. 기존에 없는 기전의 VEGFR TKI 저해제와 PD-1 병용약물인 점, 여전히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충족 의료수요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감으로 작용한다.
다만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승인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20년 전 VEGF 효시를 쏴 올린 아바스틴이 간암 1차 치료 시장에서도 한발 먼저 치고 올라간 영향이다.
아바스틴은 다양한 항암 적응증에 쓰이면서 연 8조원 매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10위권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2020년엔 아바스틴+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과의 병용 임상으로 간암 1차 치료제 옵션을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3상에 진입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보다 패권을 먼저 잡았다.
이에 HLB는 소라페닙 외 앞서 아바스틴+티쎈트릭 병용 옵션이 간암 환자 전반에 충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지 못하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은 아바스틴+티쎈트릭을 처방하지 못하는 위장관 및 내출혈 환자에 대해서도 임상적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만 아바스틴이 시장 장악에 먼저 나선만큼 HLB도 승인 여부를 확인하기 전부터 후발주자 열위를 극복하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허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ASCO 2024에 국내 바이오텍 중에선 처음으로 대형 부스업을 통한 전 세계 시장 대상 쇼케이스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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