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30일 10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차장에서 만난 남승우 풀무원 대표는 혼자였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혼자 내린 남 대표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인사를 건네자 경계하지 않고 기자와 함께 보폭을 맞춰 걸었다. "긴장되죠. 엄청 부담돼요." 열린 주총인데 부담스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 대표는 입을 뗐다.풀무원은 8년 전부터 매년 주주들과 공개토론회를 갖는 '열린주주총회'를 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시작은 온전히 당시 사외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였다. "주주총회의 기본 취지가 주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 통에 열린 주주총회를 하기 시작했죠. 부담되지만 어떡해요. 시작한 이상 계속해야죠" 기자에게 남 대표가 털어놓은 말이다. 벌써 8년 째라 익숙해 보였지만 남 대표에게도 열린주주총회는 여전히 긴장되는 자리였다.
남 대표는 이 날 주주들 앞에서 풀무원 미국법인이 여전히 경영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경영인의 한 마디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린 토론회에선 한 주주로부터 미국법인을 접고 중국법인에 집중하는 건 어떠냐는 지적도 들어야 했다.
경영인 입장에서 지분을 가진 주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 해 경영 성적을 평가 받는 자리인 주주총회는 썩 달가운 행사가 아니다. 여전히 회사는 오너 소유라는 인식이 강해서일 수도 있고 현장에서 주주들의 반응을 직접 보는 게 부담스러워서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국내기업 경영진은 주주총회에서 최대한 주주들과의 대화를 피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주주총회 각본까지 종종 등장하곤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주와 경영진은 적이 아니다. 동반자고 상생 파트너다. 회사가 주가등락에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도 주주의 투자가 있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회사에 돈을 맡긴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궁금증을 물어 보고 회사가 답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회사입장에서 '불편'할 뿐이다.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그 불편함을 피해가려다 보니 풀무원의 열린주주총회는 '이색' 주주총회로 불리게 됐다.
올해도 정기주주총회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어디서는 고성이 오갔다고 하고 어디서는 한 편의 연극 같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주총회에 임하는 경영진과 주주들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주주총회는 경영진들이 숙제검사를 받는 자리와 같다고 했다. 피하고 싶고 일찍 끝내버리고 싶은 게 당연하다. 확실한 건 그 해 숙제를 제대로 검사 받아야 다음 해 숙제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칭찬도 받고 꾸중도 받아야 더 성장한다. 내년엔 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대화가 오고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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