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31일 08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지난 2008년 가을에 일어난 미국 월스트리트의 비극을 다룬 책 ‘대마불사(too big to fail)'에는 스스로 대마라고 믿었던 금융회사들의 사투와 몰락, 생존을 위한 타협 등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책 끝머리에 언급된 한 구절.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니다. 우리가 칭송해야 하는 사람들은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이다. 얼굴이 먼지와 땀과 피로 범벅이 되고, 용감하게 도전하며 실수해도 다시 일어서는 이들이다. 실수와 결점이 없으면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은행 회장이 구제금융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헨리 폴슨 미국 전 재무장관에게 보낸 편지다.다이먼은 금융위기 중심에서 훗날 논란이 된 베어스턴스 매각, 리먼브러더스 파산, 부실자산구제계획(TRAP) 법안 도입 등을 주도한 폴슨에게 루즈벨트 대통령의 연설문을 인용해 일종의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요지는 금융인이든, 관료든, 기업인이든 전장(field)에서 불거진 허물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이를 주변에서 나무라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투자은행 수장으로서, 미국의 역사상 전례 없는 금융공황을 지켜본 다이먼의 고백과도 같다.
사정정국(司正政局). 지난 3월 19일 서울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 닥쳤다. 검찰은 경남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신한은행 기업개선부의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모두 압수했다. 바로 전날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다음날에는 자금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채권금융기관 전체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검찰 압수수색 후 채권단 지원 논의는 올스톱됐다. 어느 누구도 감히 경남기업 지원 방안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주채권은행으로서 의사결정 기능을 상실했다. 제대로 된 회의를 열지도 못했다. 시간만 차일피일 흘렀다. 언론에서는 연일 안 좋은 뉴스가 쏟아졌다. 결국 경남기업은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몰락(沒落).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몰린 오너는 만신창이가 됐다. 빈손으로 시작해 대기업을 일군 신화는 사라지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워크아웃을 통해 개인의 배를 채우려 한 기업인만 남았다. 한 순간에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다. 검찰 수사는 끝을 봐야 매듭지어질 것 같다.
무일푼으로 맨땅에 헤딩해 성공신화를 일군 기업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하나같이 횡령, 배임 등의 족쇄가 채워졌다. 윤석금 전 웅진그룹 회장이 그랬고, 강덕수 전 SXT그룹 회장이 뒤를 이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 비리를 저질렀다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오너의 사리사욕과 기업 생존 과정에서 비롯된 위법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 도전정신 하나로 우뚝 일어선 그들은 늘 후배 기업인들의 자랑거리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지금 미래 창조경제의 싹을 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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