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31일 0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중소기업청은 매년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 위탁해 창업투자회사를 평가한다. 직전년도 전반의 경영과 투자활동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A+'에서 'E' 등급까지 6등급으로 나눈다. 평가항목은 회사 경영실적과 조합 결성·운용성과, 운용인력, 투명성·리스크관리, 법규위반 등이다.결과는 연초에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A+' 등급 6개사를 포함해 'A'등급 29개사를 공개했다. 벤처투자가 사실상 힘들다고 인식되는 'D'등급과 'E'등급 창업투자회사도 함께 발표해 유한책임사원(LP)들이 투자에 조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중기청은 올 들어 갑자기 등급 발표에 나서지 않았다. 작년 경영성과를 토대로 창투사 평가를 진행하긴 했지만 공개만 하지 않은 것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전체 창투사 입장에서 굳이 홍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매년 초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직전년도의 벤처조합 결성현황과 투자 ·회수 실적, 투자 특징 등을 발표했다. 올해도 사상 최대규모의 벤처투자 실적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기청이 작년 벤처 투자 실적과 펀드조성 금액 등의 자료를 일주일 먼저 발표해 김이 샜다. 중기청과 행사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협회의 기자간담회를 연기하도록 지시해 부랴부랴 공식 일정을 변경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뒤늦게 진행한 협회의 간담회는 그 동안 진행했던 내용이 아니라 올해 투자 예상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중소기업청의 보여주기식 홍보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창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창업 기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자 무리하게 정책 성과를 알리고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청은 불리한 사실을 밝히는 경우 대외공표를 자제하고 있다. 창투사 등급 평가와 같이 우수 창투사가 증가할 경우에만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반대일 경우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 올해 우수 창투사로 인정되는 'A'등급이상 창투사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창업투자회사가 창조경제 활성화의 첨병으로 활약하며 달성한 성과는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표면적인 수치만 증가해도 자기 몫으로 챙긴다.
중기청은 앞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사례와 같이 한국벤처투자의 출자사업 계획도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펀딩과 투자 실적이 유례 없이 증가하자 실적을 차지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기청이 벤처정책의 효과를 과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조직의 이해에 따라 정보를 공개했다가 제약했다 하는 일은 신뢰만 떨어뜨린다. 벤처투자에 고혈을 투입하는 유한책임사원(LP)을 위해서라도 보여주기식 실적 발표보다 일관성 있는 벤처정책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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