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은 옛말, 한계 봉착 [ARS 긴급점검]수익률 하락→운용중단 속출…"롱숏시장 포화상태"
이승우 기자공개 2015-04-22 10:21:51
이 기사는 2015년 04월 14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조 원대에 육박하는 금융상품으로 급성장한 롱숏 주가연계채권(ELB), 즉 ARS(Absolute Return Swap)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 격화와 더불어 시장금리 하락으로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수익률 저하로 운용을 중단하는 계좌가 속출하면서 지난 2~3년간의 급성장에 급 브레이크가 걸린 형국이다.ARS는 신한금융투자가 개인 고액 자산가들을 대거 유치하며 국내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했다. 하지만 검증이 되지 않은 후속 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ARS 시장은 레드오션화돼 가고 있다. ARS 시장이 급성장하는 사이 헤지펀드와 일반 롱숏펀드 시장도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롱숏 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 ARS의 기본 전략을 구사하는데도 한계가 생기고 있다.
◇롱숏투자+원금보장…운용 중단으로 매력 상실
ARS를 판매·운용하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 대우증권, 대신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등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전체 ARS 판매 잔액은 5조 원대에 육박, 개별 증권사의 단일 ELS나 DLS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펀드와 비슷한 콘셉트로 증권사에게 커다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국내에 소개된 이후 2~3년 사이 ARS가 급성장한 것은 ARS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상품구조 때문이다. 롱숏펀드와 같이 주식 운용에 따른 수익을 누릴 수 있는데다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콘셉트가 중소 법인 뿐 아니라 고액자산가의 성향에 딱 들어맞았다. 롱숏 전략으로 실제 운용을 맡은 투자자문사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ARS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도 못했다. 라임투자자문과 알펜루트투자자문, 쿼드투자자문, 그로쓰힐투자자문 등이 대표적인 ARS 운용사로 인정받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금보장과 롱숏 전략이라는 ARS의 기본 구조가 매력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롱숏 운용으로 수익을 낸 건 투자자문사"라며 "5조 원대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한 것은 투자자문사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RS의 일부 계좌에서 운용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동안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운용 중단은 수익률이 좋지 못하기 때문으로 ARS의 기초자산이 손절 수준에 근접하면 이뤄진다. 손절 라인은 대체로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에 만기(연단위)를 곱한 수준으로 대략 4~5% 선에서 형성돼 있다. 일부 ARS 계좌의 손실이 그 정도로 났다는 뜻이다. 검증을 거치지 않고 ARS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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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계좌에서 순자산가치(NAV)가 수개월째 변동이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더이상 ARS의 기초 자산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자문사에서 중도환매 계좌가 나오고 있고, 손절라인에 근접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운용 중단을 하는 계좌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률 급락+경쟁 치열 '포화상태' 진입
ARS 계좌의 운용 중단은 예견됐었다. 경쟁 격화와 더불어 손절 라인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 즉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 중단이 되지 않더라도 ARS 투자자가 기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 훼손이 불가피하다.
ARS는 채권 이자와 주식 손익을 서로 바꾸는 스왑 구조가 기본이다. 즉 신한금융투자가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을 채권에 투자하고 이 수익을 운용사 역할을 하고 있는 자문사에게 주고 자문사는 이 수익에다 주식을 운용해 얻는 손익을 정산해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자문사는 스왑으로 받은 채권 수익을 스스로 가지지 않고 주식 운용 수익에 합쳐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신한금융투자가 투자한 채권, 즉 CD 금리가 내려가면 자문사가 투자자에게 주는 수익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금리 하락보다 ARS에 더 큰 위협은 롱숏 시장의 포화다.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금융상품이 ARS 뿐 아니라 헤지펀드, 일반 롱숏펀드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에서 롱숏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대상 주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ARS가 3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더이상 롱숏 전략을 구사하기에는 벅찬 환경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ARS가 주로 롱숏전략을 구사하던 중소형주 투자에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자문사의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중소형주의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일부 자문사가 전략 실패로 큰 손실을 봤다는 후문도 있다.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소형주 상승세가 완연했는데 중소형주를 숏 전략으로 대응한 곳은 크게 손실을 봤다"며 "롱숏전략으로 중소형주에 잘못 접근했다가 계좌 운용 중단을 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ARS가 먹거리가 됐다 싶어 뒤늦게 뛰어든 후속주자들의 검증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롱숏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검증이 되지 않은 자문사들이 ARS 운용을 맡으면서 시장이 더 흐려지고 있다는 것.
증권사 관계자는 "ARS로 그동안 롱숏 운용을 해 온 자문사들이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부담을 느껴 추가적인 자금 운용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매사들이 어쩔 수 없이 검증되지 않은 자문사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RS가 지금의 구조 그대로를 유지한채 추가 성장을 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구조의 변화나 투자 자산의 변화 등 진화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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