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로윈, 서류심사 어떻게 통과했을까 ②"완성차다 vs 부품이다"..납품실적 놓고 메트로-코레일 '시각차'
한형주 기자공개 2015-04-30 11:16:56
이 기사는 2015년 04월 29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동차 제조 능력에 관한 한 현대로템과 로윈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 쪽은 국내 철도차량 업계 부동의 1위, 다른 쪽은 63위(2013년 말 기준)로 시장 지위 면에서 상대가 되질 않는다.지하철 2호선 전동차 발주처인 서울메트로가 작정하고 현대로템을 배제한 것은 철저히 '로템 독점 깨기', 정확히는 '단가가 저렴한 납품사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뛰어난가로 시작해서는 얘기 자체가 안된다.
낙찰된 로윈이 실제로 서울메트로의 평가 커트라인을 넘을 수준이 됐느냐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전동차 경쟁입찰은 '기술평가→가격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토록 돼 있다. 기술평가에서 합격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가격평가에선 가장 낮은 응찰가를 써낸 로윈이 단연 우위. 따라서 기술평가를 어떻게 통과했는지가 중요하다. 기술평가의 관건은 '실적'이다.
◇'자본잠식' 로윈, 입찰시 허위서류 제출→법정관리
전동차, 모노레일, 디젤기관차, 화차 등을 생산하는 로윈은 지난 2012년 이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이미 자본잠식 이전인 2011년부터 마이너스(-)였다. 이자비용도 감당 못할 정도로 영업실적이 꺾였다는 의미다.
영업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12년 적자 전환(-147억 원) 이후 2013년 -100억 원, 지난해 -47억 원을 기록, 손실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1년부터 4년째 적자세인 당기순이익은 미흡한 현금 창출력 및 현금흐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실적 악화로 EBITDA 마진은 2013년 들어 -500%대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같은 시점 차입금 의존율은 150%를 웃돌았고,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총차입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과다한 차입 규모는 재무 안정성 저하를 유발했다. 커버리지 지표인 EBITDA/총차입금은 -30~-50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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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지난 2012년 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수주한 전동차 60량이 '낙찰 취소' 처분을 받았다. 로윈이 입찰시 허위문서를 제출한 게 원인이었다. 이 건으로 코레일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로윈에게 1년 간 부정당업체 제재(2013년 4월~2014년 4월)를 내린다. 더 이상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결국 로윈은 수익성 및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난해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직원 수는 30명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북 김천에 위치한 생산공장은 미가동 상태. 이런 로윈이 서울메트로의 서류심사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메트로 vs 코레일 '같은 실적·다른 해석' 눈길
엄밀히 말해 로윈은 그간 완성차를 납품해 본 경험이 없다. 부품 및 화차 공급 실적만 갖고 있다. 따라서 '전동차 제작 실적' 점수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이번에 기술입찰적격자(85/100점 이상)로 뽑히는 게 불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로윈은 과거 7호선 연장선 신규 전동차를 공급하면서 차체·대차·인버터·제동·컴퓨터 장치 등 5개 전동차 부품을 납품한 내역을 이번 실적증명서에 '1건 일괄 계약'으로 표기했다. 즉 7호선 전동차를 자체 제작했다는 입장이었다. 평기기관인 서울메트로는 이를 완성차 실적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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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같은 실적을 두고 코레일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11월 코레일이 △1호선(50량) △분당선(18량) △수인선(24량) 투입을 위해 발주한 전동차 92량 입찰에서도 로윈은 7호선 전동차를 트랙레코드로 내세웠다.
코레일은 로윈의 이행 실적에 의문을 제기, 증명서 발급기관인 도시철도공사에 세부 내역을 확인했다. 돌아온 답변은 "물품 납품 실적증명서 품명이 실제 계약건과 다르게 발급됐다"는 것. 도시철도공사는 코레일에게 "당초 '7호선 연장구간 신규 전동차 제작구매'라고 기입했으나, 이를 컴퓨터·차체·제동·인버터·대차 장치 등 5개 품목별 계약건명으로 정정한다"고 통보했다. 자칫 완성차 제작처럼 비춰질 수 있는 로윈의 실적을 바로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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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레일은 로윈의 납품건을 완성차 계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로윈은 평가 점수 미달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 관계자는 "과거 논란이 된 실적에 대해 서울메트로는 별다른 검증 없이 평가 절차에 들어간 셈"이라며 "철도업계에서 '로윈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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