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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닛산로그 수출의 이면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5-05-06 09:45:00

이 기사는 2015년 04월 3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의 경쟁 상대는 닛산의 일본 큐슈공장입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르노삼성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규모가 엇비슷한 한국GM이나 쌍용차라는 답변을 기대했다. 아니 호기롭게 국내 시장 1위인 현대기아차를 언급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헌데 한 식구나 다름없는 닛산 일본 공장이 르노삼성의 최대 경쟁자라니.

하지만 그 저의를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르노삼성이 처한 현실을 돌이켜보자니 수긍이 갔다.

르노삼성은 최근 4년간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2010년 초만 하더라도 SM5와 SM7이 주력모델로 자리를 잡으면서 연간 20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15만 대에 이르던 내수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수출량도 10만 대 벽이 무너졌다. 실적 부진 여파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전체 직원의 15%에 이르는 800명이 일터를 떠나야 했다.

구조조정 후 르노닛산그룹이 내놓은 당근책이 바로 닛산 SUV '로그'의 국내생산이었다. 라인 조정 등을 거쳐 작년 9월부터 부산공장에서 닛산로그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생산 제품은 전량 미국으로 수출된다.

작년 한해 르노삼성은 총 2만 6467대의 로그 차량을 생산판매했고 올해는 4배가 넘는 11만 대를 팔 계획이다. 지난해 르노삼성 전체 판매량(16만 9854대)의 약 6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르노닛산그룹이 내수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국내 프로모션에 힘을 실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라는 과점 사업자도 버티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는 시장이다.

그래서 르노삼성이 택한 선택도 내수 활성화가 아니라 부산공장을 활용한 수출 확대였다. 그나마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도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만드는 QM3 수입이었다. 르노의 뜻은 확고하다.

닛산로그는 부산공장 최대 생산 차종이 된다. 닛산로그가 르노삼성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정책 변화로 닛산로그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넘긴다면 르노삼성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닛산로그는 부산공장을 포함해 5개국에서 생산 중이다. 일본 큐슈공장도 그 중 하나다.

과거처럼 노사 분규에 휩싸이고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면 부산공장 물량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 큐슈공장으로 넘어갈 공산이 가장 크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자가 맞다.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르노'는 주식회사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부산공장에서 닛산로그를 만드는 것보다 일본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 물량 조정에 나서야 한다. 당연한 자본 논리다.

르노삼성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일본 큐슈공장보다 더 나은 품질 성과를 보여줘야만 생존할 수 있다. 르노 사명을 단 순간부터 시작된 숙명이다. 르노삼성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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