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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거품? 아직 아니다 [thebell desk]

이승호 차장(벤처투자팀장)공개 2015-05-11 08:39:36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6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C가 대세인 것은 아는데 따라가야 할 지 고민입니다. 너무 고평가 된 것이 문제죠"

오랜만에 만난 모 벤처캐피탈 대표의 푸념이다. 심사역들이 투자하겠다며 가져오는 기업들마다 MBC(모바일, 바이오, 차이나) 관련 기업이데, 기업가치가 너무 높아 투자를 할지 말고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정부의 벤처활성화 정책이 꽃을 피우며 활황세를 거듭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30일 542.97포인트로 마감된 이후 연초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지난 4월21일에는 714.52포인트로 30% 이상 급등했다. 시장을 주도한 것은 역시 모바일, 바이오, 차이나 관련 업종이다. 그래서 MBC를 모르면, MBC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 규모는 3582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2% 늘었다. 대부분의 투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IoT)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콘텐츠 산업에 집중됐다. 반면, 벤처투자의 한 축을 차지했던 바이오·의료 산업의 신규 투자는 오히려 전년대비 17.9% 가량 줄었다.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 등 정책자금이 대거 쏟아지는 가운데 벤처투자의 한 축을 형성했던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최근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벤처캐피탈 간 시각차가 나타나며 이른바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근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던 A벤처캐피탈은 최종 투심위 과정에서 수 개월간 진행해왔던 투자검토 자체를 백지화했다. 보유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심사역의 투자 판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이 높아진 밸류에이션 탓에 쉽사리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새 바이오 기업 뿐 아니라 대다수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며 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육성 지원과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 등으로 투자환경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투자의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분간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대다수 벤처캐탈업계 대표들은 일정 수준의 거품(?)은 산업발전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이 15년 가까이 지금, 국내 주요 산업의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 요지다. 지금 호황을 맞고 있는 MBC(모바일,바이오, 차이나) 관련 산업은 IT와 문화컨텐츠, 바이오산업에 투입된 막대한 정책자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심사역들이 투자하겠다고 가져오는 프리IPO 단계 기업에 대해 자율적인 투자판단을 존중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가품을 우려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투자를 해야 심사역들의 역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벤처 투자는 수익 창출과 함께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최근 주식시장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이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장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벤처투자는 아직 '기회'가 아닌 '위험'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 상황이라 아쉬움이 크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지금 시장 환경속에서 벤처투자의 태생적 당위성을 기억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기술력과 최고경영자(CEO)의 투자철학이 명확했던 기업에 대한 투자가 10년 후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을 탄생시킨 자양분 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미래 지향적이고 뚝심있는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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