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09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용성 회장이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다. 이 회장을 바라보는 벤처캐피탈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관료 출신의 이종갑 전 회장이 정부 정책기조에 발 맞춰 활발한 대정부 활동을 추진했고, 업계 숙원이던 각종 규제 개혁들이 이뤄지고 있다. 결과물이 가시화 되고 있는 시점에 협회장이 순수 민간 출신의 이용성 회장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A 벤처캐피탈 대표는 "대정부 관련 네트워크가 이전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아직 결론나지 않은 여전법 개정안이 남아있는데다 환류세제나 창진법상에서 제한된 중견기업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 신임 회장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장사다리펀드나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주요 기관투자자(LP)로부터 펀드 위탁운용을 맞고 있는 벤처캐피탈들은 태생적으로 중소기업청에 편향된 협회의 역할을 제 위치로 돌려놔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B벤처캐피탈 대표는 "아무래도 협회가 중기청에 예속돼 있다보니 모든 업무가 중기청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꼬집었다. 중기청이 정기적으로 벤처캐피탈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데, 중기청이 참고하는 각종 자료들은 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성장사디리펀드나 KIF, 농금원에서 쌓은 트렉레코드가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낮은 비율로 포함돼 불이익이 있다는 의견이다.

협회의 운영을 시대적 분위기에 맞게 개방하고 다양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C벤처캐피탈 대표는 "과거 벤처캐피탈 업계에 종사했던 인물 위주로 협회가 운영되면서 모바일, 문화콘텐츠, 창업초기 등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투자활동을 펼치는 벤처캐피탈과의 네크워크가 약화될 수 있다"며 "협회 운영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균형을 고려하고, 이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LP 및 해외 네트워크와의 지속적인 교류도 주문하고 있다. 정책자금 성격의 LP 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 대기업, 학교재단, 장학재단 등 순수 민간 LP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 들어 중소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국내 벤처캐피탈도 미국, 중국,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 벤처캐피탈과 교류의 장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와 LP에 대한 쓴소리도 있다. D 벤처캐피탈 대표는 "협회가 벤처캐피탈 업계의 고충에 대해 좀 더 독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며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관리보수율과 우선손실충당금, 과도한 인정투자비율, 저금리시대의 과도한 기준수익률 고수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과감하게 업계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가까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일한 이용성 회장의 업력, 그에 따른 업계내 유대감 등은 이 회장의 강점으로 통한다. 그는 10일 공식 출범하는 협회 이사진을 대폭 보강하며 이 같은 업계의 우려들을 상당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사직을 맡았던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하며 부회장단을 8명으로 확대했다. 또한 박상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 김웅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정민 메가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종욱 SL인베스트먼트 대표, 다까하시요시미 SBI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충선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상하 네오플러스 대표 등을 새롭게 협회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가하며 다양성도 확보했다. 특히 이종갑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해 대정부 교섭창구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성 회장은 협회내 자신의 직무실을 개보수해 회의실로 변경했다고 한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일 수도 있는 '회장실' 간판을 버리고 업계 발전을 위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열린 '대화의 장'으로 바꾸며 몸을 낮추고 있다.

벤처금융산업은 2000년 벤처버블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로 접어들고 있다. 외형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이용성 회장의 다양한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초심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