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빅배스?, 대우조선도 8년만에 첫 적자 2년前 법정관리 TNT 채권 대손상각..정성립號 사전 '부실털기' 관측
김장환 기자공개 2015-05-18 08:29: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5일 1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현대중공업 등 국내 경쟁사들이 부실 털기에 나설 때 나 홀로 흑자를 기록하며 부러움을 샀지만 올해 시작은 웃지 못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뒤늦은 손실 처리에 나선 탓으로 확인된다.대우조선해양은 15일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4조424억 원, 영업손실 804억 원, 당기순손실 153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7% 증가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적자전환했다. 2006년 3분기 이후 첫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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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손실을 크게 키운 배경에는 대규모 대손상각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1분기 대손상각비는 12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81억 원 대비 15배 넘게 늘었다. 이에 따라 관리비가 170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32억 원 가량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적자를 불렀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손상각비는 대만 선사 TMT로부터 2000년대 중반 수주한 드릴쉽 건조 대금을 받지 못한 탓에 발생했다. 대만 TMT는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로,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수주한 선박 건조 대금을 외상(후순위 매출채권) 처리해준 상태였다. TMT의 법정관리로 관련 장기매출채권을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자금으로 판단해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떨어내게 됐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경쟁업체들이 서둘러 해양플랜트 관련 공사들에 대한 손실처리에 나설 때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각각 5000억 원, 6000억 원대 공사손실충당금을 털어냈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수천 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이익 953억 원을 내며 '빅3' 조선사 중 유일한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이를 뒤로하고 조선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잠재적 손실이 상당 수준 내제돼 있을 것으로 봤다. 2009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매출액이라도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수주에 열을 올렸던 것은 대우조선해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 처리에 나섰던 것도 이 시기 수주한 물량들이었다. 특히 열띤 수주 경쟁이 줄을 이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잠재 손실을 굳이 한꺼번에 털어낼 필요성이 떨어져 이를 실현하지 않은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삼성중공업은 최종 무산된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 절차, 현대중공업은 신임 경영진 취임 및 노조와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새로운 경영환경을 앞둔 상황에서 잠재적 손실을 미리 털어내 기저효과를 높이는, 소위 '빅배스'를 노릴 만한 배경이 양사 모두 있었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효과를 겨냥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자리잡고 있어 손실을 한꺼번에 떨어내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순차적인 처리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특히 고재호 사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있었고,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2013년 초 TNT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관련 매출채권을 이미 회수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고도 장기간 손실처리를 미뤄온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정성립 전 STX조선해양 사장을 최근 후임자 자리에 내정했다. 오는 6월 정식 취임하는 정 사장 내정자는 최근 해외 수주 활동에 함께 나서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및 대우조선해양이 지지부진 미뤄왔던 TNT 관련 손실 처리에 나선 것은 결국 정 내정자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빅배스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TMT 관련 손실을 떨어낸 것은 3월 말 분기보고서로 정성립 내정자가 지난달 후임으로 선정되기 이미 몇 달 전에 결정된 사안"이라며 "빅배스 효과를 위해서 손실처리를 한 것은 아니고 1분기 최종적으로 자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면서 대손상각비로 처분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1분기에는 삼성중공업만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실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삼성중공업은 매출 2조6099억 원, 영업이익 263억 원, 순이익 109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기간 매출 6조6100억 원, 영업손실 1986억 원, 당기순손실 103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이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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