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주식 더 살까 합병안 가결시 통합법인 지분 3% 이상 확보해야 경영권 분쟁 이어가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12 08:19: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1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놓고 삼성그룹과 대립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다음달 열릴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될 경우 엘리엇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율이 2%대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 향후 삼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선 엘리엇이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최소 3%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삼성물산은 11일 장외거래를 통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899만 557주(지분율 5.76%) 전량을 6742억 원에 KCC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미 삼성물산 주식 32만 주를 보유하고 있던 KCC는 삼성물산 보통주를 총 5.96% 보유하게 됐다. KCC는 다음달 17일 열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그룹과 연대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다. 삼성그룹과 KCC가 보유한 의결권 지분율은 20% 수준이다.
반면 합병안에 반대하며 삼성그룹과 대립하고 있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의결권 지분율은 시장에 '깜짝 등장'한 지난 4일 이후 줄곧 7.12%에 머물러 있다. 자본시장법에 특정 기업 주식 5% 이상을 취득한 주주가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명시해 공시할 경우 5거래일 동안 해당 기업 주식을 추가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 규정에 따라 엘리엇은 내달 열리는 주총의 주주확정기준일인 11일까지 삼성물산 주식을 한 주도 늘릴 수 없고, 현재 보유한 7.12% 지분만으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엘리엇을 제외한 삼성물산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나, 현재 지분율 구도로는 삼성그룹이 제시한 원안대로 합병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엘리엇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총에서 패배할 경우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삼성물산에서 손을 뗄 지, 아니면 지분 처분을 미루고 삼성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지속할지 여부가 시장의 주된 관심사다.
증권업계에선 당초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 목적을 '단기 시세차익'으로 보고 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최근 엘리엇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후자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만약 엘리엇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냉각기간이 종료되는 12일부터 삼성물산 주식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합병안이 가결되고 나면 엘리엇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율이 2.05%로 급락해 현재처럼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엘리엇이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선다면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최소 3%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주식 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법상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되어야만 △임시주주총회 소집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열람권 △검사인 선임 청구권 등의 권한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타깃이 삼성물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 등으로 설정돼 있다면 2%대 지분으로는 삼성그룹과의 분쟁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최소 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 들 것"이라며 "12일 이후 엘리엇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3%를 확보하기 위해선 삼성물산 지분율을 7.12%에서 10.41%로 3.28%포인트 늘려야 한다. 11일 삼성물산 종가(6만9700원) 기준으로 3575억 원 어치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현재까지 68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액은 1조 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엘리엇의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가 260억 달러(약 29조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법인 지분율 3% 확보를 목표로 삼는다면 현 시점에선 삼성물산 주식이 아니라 제일모직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률이 제일모직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제일모직 주식 1.33%(179만 5643주)를 매입하면 현재 삼성물산 주식과 합쳐 합병 법인의 지분 3%를 확보할 수 있다. 11일 제일모직 종가(18만 원) 기준으로 3232억 원을 투자하면 돼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것에 비해 300억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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