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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카길'로 새출발하는 팬오션 [thebell note]

김창경 기자공개 2015-06-17 10:18: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6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축산업체 하림그룹이 국내 벌크선사 부문 1위 해운사 팬오션 인수에 성공했다. 소액주주들이 변경회생계획안(이하 회생안)에 포함된 감자안에 적극 반대하고 나서며 인수 실패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결국 지난 12일 채권단 87%, 주주 61.6%의 동의로 회생안이 가결됐다. 팬오션은 지난 2013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법정관리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팬오션이 하림을 주인으로 맞이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하림그룹과 팬오션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밝지만은 않다. 이는 그동안 팬오션이 겪어온 우여곡절과 무관하지 않다.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범한 팬오션은 1987년 창업주인 박건석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계기로 1992년 첫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0년 간의 고군분투 끝에 2002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2004년 STX 품에 안겼다. 9년 뒤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STX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팬오션은 2013년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인수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하림그룹 역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인수자금 중 8500억 원을 부담했다. 제일홀딩스는 5680억 원을 대출로 마련했다. 4조 3000억 원 수준인 하림그룹의 자산규모를 고려했을 때 대출 규모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벌크선 업황 회복세도 더디다. 최근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600포인트를 넘어서며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500포인트 대에서 벗어났지만 안정된 수익을 내기에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자신 있는 눈치다. 김 회장은 팬오션 롤모델을 미국 카길(Cargill)로 설정했다. 카길은 세계 최대 곡물업체로 농업, 식품업, 제조업까지 진출해 있다.

김 회장은 팬오션 안에 곡물운송 관련 사업부를 만들 계획이다. 팬오션은 과거 곡물 수송 경험이 있어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원료 운송비 절감,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 등의 효과를 얻고 팬오션은 고정 매출액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림그룹은 빠른 시일 내에 팬오션이 곡물 운송으로만 2조 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회장이 팬오션을 한국판 카길로 만들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팬오션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팬오션이 성장을 시작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부터 흑자를 이어오고 있고 하림그룹의 자금이 투입되면 부채비율도 100%대로 개선돼 투자여력도 생긴다. 카길은 지난 1865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시골 코노버에서 곡물 창고 하나로 시작했다. 김 회장이 병아리 10마리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 회장의 팬오션 인수는 곡물 운송 불모지에서 시작된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카길과 하림그룹이 커왔던 것처럼 팬오션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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