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6월 17일 1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동의도 없이 무슨 우협이냐"동부그룹이 지난 8일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H&Q 코리아를 동부팜한농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힌 데 대한 팜한농 FI들 반응이다. 오릭스PE에 이어 H&Q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FI들이 끝내 H&Q를 배척하면 팜한농 매각은 내달부터 공개경쟁입찰(오픈 비딩)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런 가운데 동부가 과연 FI들과 극적인 양해각서(binding MOU) 체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 양측은 관련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FI들이 오픈 비딩을 그토록 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산은 "이젠 SI에 넘겨야"..FI 관심사는 '가격'
동부팜한농 매각을 사이에 둔 이해당사자 간 패는 크게 둘로 나뉜다. 동부그룹-H&Q, FI-산업은행이다. 전자는 수의계약(프라이빗 딜)을 추진, 후자는 경쟁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한 배를 탔지만 산업은행과 FI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수주체가 꼭 같다고는 볼 수 없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은 이미 두 번이나 재무적 투자자(FI) 손을 탄 동부팜한농을 이번 만큼은 진정성 있는 전략적 투자자(SI) 후보가 가져가 주길 바라고 있다. 흔히 재무 전략만으로 접근하는 사모투자펀드(PEF)가 아닌, 보다 큰 그림을 가지고 사업적으로 '밸류 업' 시킬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FI들의 우선 관심사는 가격이다. 비싸게만 팔 수 있다면 H&Q 같은 PEF라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시너지를 노리고 뛰어드는 SI라면 웬만한 FI보다 통 크게 지를 수 있다고 보기에 산은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부와 H&Q가 일차적으로 FI들이 요구하는 가격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H&Q '유증 축소' 구조 변경..6000억원 대 제시
H&Q는 동부팜한농 '구주+신주' 매입 방식으로 인수구조를 짜놨다. 스틱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원익투자파트너스 등 팜한농 FI들이 보유한 50.1% 지분을 사들인 뒤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1000억 원 내외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시나리오다. 동부그룹이 들고 있는 나머지 지분(49.9%)은 일단 인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지난 2013년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투자한 FI들의 원금 3050억 원(동부 후순위 출자분 450억 원 제외) △이에 대한 10% 보장수익률 △신주 약 1000억 원 어치 등을 감안, H&Q가 제시한 총 거래금액은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당초 H&Q가 동부에 제안한 것은 FI 몫으로 3000억 원 이상을 챙겨주고 신주 2000억~3000억 원 어치를 찍는 형태였던 걸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텀싯(Term Sheet)으로는 FI들이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한 데다, 기존 주주들도 상당량의 지분가치 희석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현실성을 고려해 구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증자금액을 줄인 만큼 FI 구주의 밸류에이션을 높여 종전 거래가(6000억 원대)와 변동이 없게 했다.
약 5400억 원에 달하는 동부팜한농의 순부채(net debt)에 대해선 채권단을 설득해 장기적인 채무재조정(debt restructuring)을 추진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도 이에 만족해 H&Q를 우선협상자로 점찍은 것이다.
◇에퀴티 밸류 8000억~9000억 '적정성' 논란
이같은 조건이 FI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동부팜한농이 유증을 하고 안하고는 지분을 털고 나가려는 FI 입장에선 남의 일이다. 이들에겐 팜한농 매각으로 당장 주머니에 얼마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내심 8000억~9000억 원(100% 지분 기준 에퀴티 밸류)도 가능하고, 잘하면 1조 원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눈치다.
8000억 원을 예로 타당성을 따져보자. 순차입금(5400억 원)을 합치면 기업가치(EV)가 대략 1조 3400억 원으로 나온다. 동부는 팜한농의 올해 예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로 800억 원가량을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른 EV/EBITDA는 약 17배.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구경하기 힘든 배수다. 같은 조건으로 순부채가 '0'이어도 멀티플이 10배에 이른다. 물론 영업현금창출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는 가정 하에 아주 불가능한 숫자는 아닐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6000억 원 위로는 무리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FI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산 매각이 마무리되면 순차입금을 4000억 원대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실 보전+이익 배분..FI '밑져야 본전'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선 동부팜한농을 경매에 내놔도 FI들이 기대한 만큼 수익을 벌기 어렵단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오픈 비딩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동부의 연대보증 의무 때문이란 분석이다.
동부팜한농의 동부 측 주주인 ㈜동부와 김준기 회장 일가는 이번 매각 거래에서 FI들이 투자원금(3050억 원)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보전해 주는 별도의 약정을 맺었다. FI 지분 가치가 아무리 못해도 3000억 원은 넘는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들로서는 최악의 상황에도 원금은 확실히 뽑는 셈이다.
FI들은 역으로 팜한농 매각시 RCPS 보장수익률(10%)을 넘어서는 초과 수익에 대해선 동부와 이익을 배분토록 돼 있다. 매각가가 높을 수록 남는 게 많아지는 구조. 이렇다 보니 '밑져야 본전인데 비딩 한번 붙여보자'는 계산이 나올 법하다.
거래 관계자는 "산은은 명분, FI는 실리로 똘똘 뭉쳐 있어 동부나 H&Q가 이들을 설득하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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