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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잘하는 사업'에 집중한다 [제약사 신성장전략]'백신·혈액제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성에 방점

김선규 기자공개 2015-07-13 08:24:25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8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슴도치 컨셉(hedgehog concept)이란 비교우위 관점에서 가장 잘하는 것,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열정을 가진 것의 세가지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전략적 위치(strategic position)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경영전략이다. 경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혹은 의사결정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기업의 경영전략 기법 중 하나인 '고슴도치 컨셉'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제약기업 중 한 곳이 바로 녹십자다.

제약업계에서 성장동력 발굴이 한창인 요즘, 정부규제정책과 시장침체로 성장의 한계를 느낀 녹십자 역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제약사와 달리 녹십자만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업계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들기보다 핵심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열정을 느끼고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통상 성장동력이라 함은 기존의 주력사업이 아닌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정의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녹십자의 성장동력은 현재의 주력품목인 '백신과 혈액제제'다.

녹십자는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을 개발하면서 지난 50년간 백신사업을 영위했다. 혈액제제 사업을 시작한지도 40년이 넘었다. 녹십자는 이 기간 동안 백신과 혈액제제를 통해 상당한 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백신과 혈액제제(상품포함) 매출은 4900억 원으로 전체 매출비중의 60%에 이른다. 또한 국내 독감백신과 혈액제제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과거 혹은 가깝게는 어제의 주력사업이었던 백신과 혈액제제를 성장동력으로 다시금 이름을 올린 까닭은 가장 잘하고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매진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기업경영의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된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사업에 매진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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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백신과 혈액제제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되 타깃시장을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했다. 오랜 연구·개발(R&D)로 녹십자의 백신과 혈액제제 경쟁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혈액제제와 백신제제는 높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682억 원 안팎이었던 수출규모는 지난해 1491억 원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백신제제의 높은 성장세가 눈에 띈다. 백신제제의 지난해 수출액은 64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0년 보다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는 세계에서 4번째로 계절독감백신 WHO PQ(Pre-qualification, 사전적격심사) 인증을 취득해 매년 1000만 달러 이상의 입찰에 성공한 덕분이다. 더욱이 WHO의 백신 보급 강화로 입찰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덩달아 녹십자의 독감백신 수출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WHO의 입찰규모는 2012년 1200만 달러에서 2013년 1250만 달러, 2014년 3800만 달러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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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백신시장을 주도했던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녹십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가 백신은 1회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얻을 수 있는 의약품으로 녹십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몇 안되는 개발 제약사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독감백신시장이 4가 백신으로 완전히 교체될 것으로 전망돼 4가 백신 개발능력을 지닌 녹십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혈액제제도 녹십자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녹십자는 혈액분획제제 세계 최대시장인 북미(10조) 진출을 위해 캐나다 퀘백 주 몬트리올에 혈액분획제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신규 캐나다 공장이 완공된다면 녹십자의 혈액제제 생산량은 215만 리터로 세계 5번째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혈액제제 사업의 관건인 혈액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09년 미국 법인을 세우고 현지 혈액원을 인수하기 시작했으며 차세대 혈액제제로 각광받는 면역증강제 'IVIG'도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녹십자가 혈액제제에 주력하는 이유는 혈액제제 제품 특성상 경쟁자가 한정되어 있으며 신규 경쟁자의 진입 및 대체재 위협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투자로 혈액제제 가치 사슬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다면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시장 선점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중국시장 활로 개척을 위해 200억 원을 들여 혈액제제 공장을 증설하고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혈액제제 플랜트 수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태국 플랜트 사업으로 지난 2년 간 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플랜트 수출을 타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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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 같은 녹십자의 성장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녹십자 고유의 핵심역량을 성장동력으로 재창조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의 핵심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신성장동력"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역량을 쌓은 백신과 혈액제제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의 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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