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16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해 법원에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심에 이어 항고심에서도 기각 결정을 받았으나 대법원에 '재항고'하기로 결정했다. 주주총회 일정과 대법원 심리·판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항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으나, 향후 주총 패배시 본안소송 제기 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16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이태종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항고를 원심과 같이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현행법에 따라 산정됐고 합병 추진이 경영상 불합리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며 엘리엇 주장을 배척했다. 또 엘리엇이 요구한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KCC가 이에 불복해 권리를 구제받을 기회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의결권 행사 금지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의견이 막중하다는 점에 비추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법원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17일 오전 개최되는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대법원 재항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희박하고 실익도 없는 재항고를 엘리엇이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법조계는 주총 후 본안소송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총 결의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어 재항고는 기각되겠지만 엘리엇은 법원의 판단을 한번 더 받아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엘리엇이 1심과 항고심에서 주장한 위헌 가능성과 합병 정당성 문제 등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받아본 후 주총 결과에 따라 본안소송 전략 등을 짜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으면 본안소송 등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불리한 부분은 논리를 보강하거나 소송 전략을 바꾸는 식으로 재항고 결과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