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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꽃' 선임계리사, 부·차장급으로 격하 영광은 없고 책임만 남아…계리담당 임원 기피 현상

윤 동 기자공개 2015-07-28 11:28:44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7일 1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 계리담당 임원들이 영광은 없고 책임만 남은 선임계리사의 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한 때 보험사에서 선임계리사는 임원급이 맡았으나 기피 현상으로 지금은 부·차장급이 마지못해 맡는 자리가 됐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손보사 중 계리담당 임원이 선임계리사 직책을 맡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임계리사는 보험사의 보험계리사항과 기초서류관리기준 등을 검증하고 잘못이 발견될 경우 이를 이사회나 금융감독 당국에 보고해야하는 임무를 맡는다. 보험 상품을 최종 검증하는 자리라 한 때는 '보험사의 꽃'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최근 몇 년간 그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검증 업무만 전담하는 선임계리사를 임원급으로 두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인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그만큼 상품 검증 업무를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거의 모든 보험사는 상품의 개발 업무 책임자에 임원급을 앉혀 놓고 있으나 검증 업무 책임자엔 부·차장급을 앉히고 있다. 개발 업무와 검증 업무간 위상 차이가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임계리사가 명예는 얻기 어렵고 책임만 많은 자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로 꼽힌다. 선임계리사는 상품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때문에 상품이 잘못될 경우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보험 상품이 잘될 경우에는 개발 쪽에 공로를 모두 뺏긴다.

또 '영업 우선'의 보험사 구조상 최고경영자(CEO)가 상품개발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경우도 많은데 임원들이 보험계리사를 맡아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껄끄럽다는 후문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계리업무 10년 이상의 경력만 있으면 된다'는 규정을 이용해 자꾸 아래로 책임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이 같은 관행이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삼저(低)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전보다 오히려 보험 상품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00년대 초기 대형 생보사들은 수입보험료 확대를 위해 7% 이상의 확정금리형 상품을 판매했으나 이어서 닥친 저금리 기조에 역마진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보장 항목이 다양한 실손보험 상품도 판매할 때는 좋았으나 지금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최근에는 수많은 복합금융상품이 생겨나고 있으며 경제 환경도 변화해 이전보다 보험 상품의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회사 내부 관련된 문제라 손쓰기 어렵다"며 "선임계리사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으나 중소형 보험사에서 선임계리사 맡을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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