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12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다시 암초가 등장했다. 이 문제를 놓고 삼성그룹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1일 공시를 통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 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관련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반대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하기 위해 DR을 손에 넣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이 가결된 후 엘리엇이 지난주 보유 지분의 3분의 2 가량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국내 언론들은 엘리엇이 패배를 인정하고 '출구전략'에 착수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승리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며 어느 정도 안도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위험하다. 엘리엇이 누구인가. 먹잇감을 포착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마지막 남은 살점 하나까지 뜯어먹고야 마는 벌처펀드의 대표주자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를 상대로도 싸움을 걸어 주머니를 채워 온 투자업계의 포식자가 바로 그들이다.
엘리엇이 업계 예상대로 소송 무대를 영국이나 미국 등 해외로 옮긴다면 삼성그룹이 국내에서처럼 다시 승소하리란 보장이 없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이란 확고한 근거를 바탕으로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연전연승했지만, 해외 법원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영미 증권시장에서는 기업의 합병비율을 엘리엇이 주장한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국내 법원에서 삼성물산의 주당 공정가치가 10만 597원~11만 4134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가액인 5만 5767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보유지분 7.12% 중 4.95%에 해당하는 773만 2779주를 매수해 줄 것을 삼성물산에 청구했다. 주당 매수가격 5만 7234원을 적용한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총 4426억 원 수준이다.
엘리엇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영국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는다면 삼성물산은 4000억 원 이상을 물어줘야 할 지 모른다.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 전체로 대상을 넓히면 해당 주식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치러야 할 대가는 1조 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물론 해외에서 소송이 진행된다고 무조건 삼성물산이 패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엘리엇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무대로 전장을 옮겨 승소 판결을 얻어낸 경험이 많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페루·콩고 등의 국가와 벌인 소송을 미국과 영국법원에서 진행해 모두 승소하고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엘리엇 입장에서 보면 영미법원은 홈그라운드에 해당한다.
삼성그룹이 엘리엇에 대한 경계심과 긴장을 늦춰선 안되는 이유다. 국내에서 얻은 승리는 잊고 이제부터 시작이란 마음으로 전보다 더욱 치밀하고 완벽한 전략을 세워 대응에 나서야 한다.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란 말은 야구에만 적용되는 명언이 아니다. 지금 삼성그룹 경영진들이 꼭 되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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