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포기할 수 없는 한국시장…장기전 돌입? [제4신평사 설립]⑤NICE·서신평 인수, 현실적 제약…지분참여 후 후일 도모 가능성
황철 기자공개 2015-08-21 10:30: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9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내 제4 신평사 도입 논의 초반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다. 글로벌 신평사로서 갖는 대외 신인도와 역량, 국제시장 진출의 오랜 경험 등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 금융당국에서도 '신용평가산업 개선'이라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로 꼽을 만한 저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S&P 역시 외부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내 진출의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입 과정이 만만치는 않지만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한국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무디스와 피치의 성공적 조기 진출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퍼진 일종의 자국주의, S&P 내부적 의사결정의 문제 등 난관이 만만치 않다. 결국 중단기적으로 토종 신용평가사의 소수지분 인수 등 현실적 방법을 통해 국내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마저도 변수가 많아 성사 여부를 운운하기에는 여전히 시기상조다. 다만 S&P의 전략적 접근 방법에 따라 진입 시기와 가능성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NICE신평 인수, 최상의 시나리오..문제는 '자국주의'
S&P가 국내 진출을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무디스, 피치처럼 국내 대형 신용평가사를 직접 인수하는 것이다. 유일한 토종 신평사인 NICE신용평가가 그 대상이다. 다소 파격적 접근이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라는 판단 역시 성급한 측면이 있다..
NICE신용평가가 국내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는 주체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그룹 내에서 막강한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NICE그룹은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간 총매출 1조 원 이상, 영업이익 700억~1000억원 안팎을 올리고 있다. NICE신평의 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매출(영업수익) 309억원, 영업이익 60억원 정도였다.
그룹 입장에서 보면 가격대만 맞아떨어진다면 매각에 나서도 수익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없다. 특히 신용평가업에 대한 규제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고려해 볼만한 딜로 인식할 개연성도 있다. S&P 입장에서 역시 단번에 메이저급 국내 신평사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구미 당기는 거래다.
문제는 외국 자본에 대한 껄끄러운 여론이다. 알다시피 피치는 한국기업평가를,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NICE신평까지 S&P에 넘어가면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외국계 기업의 판으로 바뀐다. 금융당국 역시 이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종의 자국주의를 타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까운 일본에서도 해외 평가사의 직접 진입이나 경영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막고 있다. NICE신평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입은 승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서울신용평가의 인수다. 실제 양사가 물밑에서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 서신평 오너 입장에서는 종합평가사 도약을 위해 S&P가 필요하지만 경영권을 내려놓을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가장 큰 약점인 공신력 확보를 위해 S&P의 지분참여나 상호협약 형태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수준이다.
S&P 역시 경영권을 포함하더라도 서신평이 그리 매력적인 대상은 아니다. 서신평 인수로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치루어야 할 초기 비용이 만만찮다. 적어도 2~3년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S&P 아시아총괄헤드 입장에서 임기 내 성과 창출은커녕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큰 일을 벌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 아시아 최대 시장, 언젠가는 진출한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라면 국내 토종 신평사에 대한 경영권을 제외한 지분참여다. 이 경우 NICE신용평가가 최우선 대상으로 지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신용평가나 FN가이드의 종합신용평가사 도약이 완료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이들에 대한 지분매입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이를 통해 발판을 마련한 후 장기적으로 추가 지분인수를 통해 경영권 확보 등 후일을 도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일본 제외)에서 가장 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진출은 S&P가 오래 고민해 왔고 포기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며 "한국사무소를 통해 국내 평가업계 동향이나 보고서 등을 영문번역해 제공받는 등 진출을 위한 사전준비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제4 신평 논의가 불거진 이상 장기적으로라도 전략적 방안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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