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저유가에도 신용도 하락...문제는 저가항공·외국계 공세 위협적…"항공산업 지형 변화 불가피" 전망
정아람 기자공개 2015-08-24 09:45: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1일 1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양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들어 나란히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대한항공은 A급을 반납하고 'BBB+'로 떨어졌으며, 아시아나항공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BBB' , NICE신용평가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아 유효등급 하락을 눈앞에 뒀다.업계 1, 2위 기업이 모두 BBB급으로 떨어진 충격은 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업계 1위 지위를 인정받아 A급을 유지해 온 측면이 크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위안화 약세 등으로 중국·동남아 노선의 수익성 약화가 예상된다"며 "양사 모두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앞으로도 투자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신용도 개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열 지원에 발목 잡힌 사이에…저가항공사 급격한 성장세
저비용항공사(LLC)와 외국계 항공사의 진입으로 인한 시장 환경 변화도 악재로 꼽혔지만, 신용평가업계는 두 회사의 실적 악화가 반드시 외부 환경 때문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중동, 유럽, 미국계 다수 항공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 힘입어 2015년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다"며 "두 회사의 등급 하락은 자체 재무비율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에서도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인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들이 맥을 못추는 사이 저비용항공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만 3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한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말 상장을 앞두고 최근까지 싱가포르항공과의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프리IPO 없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제주항공도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클 것"이라며 "지금 미리 투자를 받기보다 이후에 더 높은 가격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저가항공사의 성장세는 비행시간 6시간 이내인 중·단거리 노선에서 특히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 국내 출범 10년이 되면서 안전성이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많이 사라졌다"며 "이들은 20~30대를 주 타겟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이 완료되면 국내사 뿐 아니라 동남아·중국권 저가 항공사의 한국 노선 취항도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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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추가 투자 '진퇴양난'…"국내 시장지위 메리트 감소"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장거리 여객 노선과 화물 운송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규 항공기 구입과 장거리 노선 발굴, 서비스 고급화와 같은 차별적 전략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기존 항공기 구매계약에 따라 2017년까지 연평균 2조 4000억 원의 투자계획이 잡혀 있으며, 2019년부터 2025년까지 100여 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계열지원 가능성으로 인한 부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볼 때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며 "장거리 노선의 경우 단거리에 비해 평균 탑승률이 낮고 승무원 2교대로 인한 인건비가 높게 나타나는 등 마진율이 낮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로서는 이같은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 뿐 아니라 장거리에서도 유럽·미국계 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국내 항공사가 경량화에 나서는 것은 과거 일본항공(JAL)이 도산하던 시점의 전철을 밟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외 후발주자 진입으로 인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쟁자들이 발빠르게 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할 동안 대한항공·아시아나는 계열위험 등 요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라며 "지금까지처럼 국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기반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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