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계열지원 이슈에 발목 잡히나 [Rating Watch]유가 하락 불구 영업손실 여전…"취약한 재무구조 민낯" 평가도
정아람 기자공개 2015-08-21 10:29:01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0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BBB급으로 내려앉았다. 상반기 유가하락이라는 호재를 만난데다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 자구계획안을 통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A급을 지켜내지 못했다.신용평가업계 일각에서는 '그나마 국내 1위 항공사라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 A급을 지킬 수 있었다'며 등급 조정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직은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BBB급으로 놓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계열지원 부담·과중한 차입구조 여전…"유가 하락 불구 실적개선 없어"
17일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회사채 본평가와 수시평가를 겸해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낮췄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
등급 하향에 나선 평가사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계열 지원 가능성과 과중한 차입부담, 사업환경 변화로 인한 불안감이다. 대한항공의 매출규모나 보유 항공기 규모, 시장지배력 등 사업성 관련 지표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차입금을 포함한 재무지표는 BBB급 이하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계열위험요인의 경우 'BB급 이하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도 나왔다.
2015년 상반기 부채비율(연결기준)은 798.4%를 기록했다. S-Oil 지분매각과 유상증자를 통해 2014년 말 966.1% 대비 부채비율을 대폭 낮췄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구계획안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으로, 실행된 이후에도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해 당초 계획보다 효과가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까지 항공기 추가 도입을 위한 투자 부담이 계속될 예정이라 중장기적으로 차입부담 감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열사 지원 관련 이슈도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 자체 부채비율도 엄청난 상황에서 한진의 LA 윌셔 그랜드호텔 재건축, 왕산레저개발의 용유도 마리나사업, 그외 한진해운에 대해 재무적 지원을 추가로 지원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부터 사업 외적인 재무부담 증가가 관건이 돼 왔는데, 이후에도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해 대한항공이 선을 긋거나 특별히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유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한항공의 펀더멘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유가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상반기 3012억 원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2분기가 전통적으로 비수기이고 메르스 등 일회성 악재가 있었다고 해도 저가항공사 등은 실적이 개선됐다"며 "결국 계절적 요인이나 단기적인 요소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항공의 사업·재무구조가 문제라는 점이 명백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A-등급 유지…3사 모두 "아시아나항공과는 차등 둬야"
등급 조정에 나선 신용평가사들은 "외국계·저가항공사로 인한 영업환경 변화도 조금 더 민감하게 살펴볼 계획"이라며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등 대외환경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대우조선해양의 등급 하락 과정에서 '뒷북 평정'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점도 이들 평가사의 발빠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12일 진행한 회사채 본평가에서 종전 등급인 'A-'를 그대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해 당분간은 조정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상반기 계절적 요인이나 전염병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일회성 요인으로 놓고 중장기적으로 실적 회복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신평 3사 모두 대한항공을 아시아나항공과 동급으로 판단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NICE신용평가가 18일 아시아나항공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19일에는 한국기업평가가 아시아나항공 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국·동남아 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아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관광객 감소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 이후 계열위험 전이 가능성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중장기적으로 보다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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