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24일 10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부품사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 일단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매물로 나올 일이 없고, 혹시라도 제대로 된 곳이 나온다고 해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아서다.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는 건 결국 최종 소비처인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자동차 업계는 한 번 맺은 거래관계를 깨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그러다 보니 수십년간 특정 분야에서 완성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부품사들이 즐비하다. 이같은 역학관계의 이면에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고, 한 번 신뢰가 깨질 경우 다시금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조만간 매물로 나올 대성전기공업은 현대·기아자동차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만 놓고 본다면 '제대로 된' 곳에 속한다. 특히 지난 수년간 현대·기아차가 이룩한 성장의 과실을 상당 부분 공유한 덕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 주인이 바뀌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른다. 현대·기아차가 당장 거래관계를 끊거나, 물량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일종의 '길들이기'가 없으란 법이 없다. 특히나 새 주인이 기존에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없는 데다 매각 차익을 염두에 둔 사모투자펀드(PEF) 같은 곳이라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공동 인수한 한온시스템 사례만 보더라도 현대·기아차와 보이지 않는 힘 겨루기가 곳곳에서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한온시스템은 대체재 발굴이 제한적인 고부가가치 부품을 만들지만, 대성전기공업의 사출 부품이 한온시스템의 공조 부품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성전기공업 매각에 나선 LS그룹은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성전기공업을 가장 빨리, 가장 비싸게 매각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성전기공업이 '아무나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뜻을 이루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대성전기공업에 관심이 있는 원매자는 꽤 있는 듯 하다. 그 중에서 상당수는 PEF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라고 한다. 하지만 원매자들 역시 현대·기아차와의 거래 관계 유지나,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베팅 금액을 놓고 복잡한 셈법을 고심해야 한다.
LS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업집단 중 하나로 꼽힌다. 신사업 진출에도, 구조조정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런 LS그룹이 '알짜'인 대성전기공업 매각 카드를 꺼내든 건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다. 어려운 결단이었던 만큼 시장의 기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해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가 극대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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