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6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의 옵션부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쉽게 말해 풋옵션을 붙여 원금을 보장받는 방식의 대출성 투자를 지양하라는 의미였다. 옵션형 투자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사모투자펀드의 방향과 맞지 않아 취해진 조치였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었다.하지만 그 동안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옵션형 투자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펀드의 출자자인 유한책임사원(LP)들의 영향이 컸다. 대체투자를 집행하는 국내 LP 대부분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공적 기관이었던 탓에 공격적이고 과감한 결정 보다는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투자의 기본 컨셉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만 만에 하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돈, 선생님과 교직원의 돈, 군인의 돈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는 사회적 책망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 LP들로서는 높은 수익률을 좇기 보다는 수익이 적더라도 최대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 셈이다.
따라서 대체투자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전환상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사실상 채권 성격(Fixed-Income)의 메자닌 투자에 더 매달려 온 것이 국내 LP들의 현실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직원공제회가 보여준 과감한 보통주 투자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최근 매각에 성공한 에스아이티라는 회사를 통해서다. 2년 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에스아이티를 인수할 당시 출자자로 나섰던 교직원공제회는 이례적으로 메자닌이 아닌 보통주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출자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깐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직원공제회는 특히 투자 전 실사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철저했다. 보통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와 회사 경영을 운용사에게만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교직원공제회는 에스아이티 매각을 통해 내부 수익률(IRR) 30%, 단순 수익배수(머니멀티플) 1.8배라는 성과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과 규모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으로 수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돈은 대체투자에 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LP들이 여전히 정해진 수익률이나 원금 보장 요구에만 매달린다면 시장의 발전은 요원하다.
혁신적인 거래구조 설계와 깐깐하고 철저한 관리는 운용사만의 몫이 아니다. 대체투자를 집행하는 출자자들 역시 운용사 만큼이나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이 요구된다. 그래서 교직원공제회의 이번 성과는 사모투자펀드 업계와 국내 LP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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