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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아이티, 한화의 '조커' 되나 일감몰아주기 이슈 회피 및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 가능

권일운 기자공개 2015-10-01 06:30: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23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에스아이티 인수를 계기로 미지의 영역인 자동화 설비 분야에 진출한다. 화학과 방위산업,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던 한화 입장에서는 전혀 생소한 분야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시장 안밖의 평가. 다만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회피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의 한 수'라는 평도이 나오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에스아이티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어 시스템을 공급해 왔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IT분야에 대한 식견은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인수했을 정도라는 점에서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에스아이티의 자동화 설비 제어 시스템은 단순히 생산 설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설비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술을 가진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스아이티 인수전에 경동보일러를 비롯한 보일러 업체들도 출사표를 내기도 했다.

에스아이티는 전자부품 제조설비뿐 아니라 수처리 등 플랜트 제어 시스템 구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화가 최근 몸집을 불린 화학 분야에서의 시너지 확대도 가능케 한다는 평가다. 또,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가 주도하는 태양광 발전 사업과도 맥이 닿아 있다. 태양광을 활용한 전력 생산뿐 아니라 공급, 계량 등에서도 에스아이티의 제어 기술이 이용될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거래 협상 초기 한화그룹은 에스아이티 인수 주체로 그룹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S&C를 내세웠다. 한화S&C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따라서 한화S&C의 완전 자회사인 에스아이티와 타 계열사를 합병할 경우 지배구조 강화의 제렛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합병을 고려한 M&A였다면 인수 가격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상장사인 에스아이티의 합병 가액을 인수가 기준으로 산정한다면, 더 많은 합병 대상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같은 점들이 고려돼 한화그룹은 신속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을 의식한 한화그룹은 인수 주체를 한화S&C에서 ㈜한화 또는 한화에너지로 변경하기로 했다.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에 있다는 점에서, 한화에너지의 경우 한화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운 태양광 사업과 에스아이티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수 주체로 낙점됐다는 분석이다.

에스아이티를 지배구조 개편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이슈 회피 효과는 인수 직후부터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화는 에스아이티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점에 주목했고, 다른 원매자들을 압도할 만한 조건을 내걸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서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인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기업은 한화S&C다. 그룹 계열사들의 SI사업을 맡고 있는 데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한화S&C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반드시 낮춰야만 했다.

에스아이티는 이번 M&A를 계기로 화학 계열사를 필두로 한 한화그룹 전 계열사들로부터 일감을 수주받을 전망이다. 특히 설비제어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는 에스아이티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한화가 빅딜로 인수한 화학 계열사들의 일감이 에스아이티로 집중된다면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면서도, 에스아이티의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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