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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에스아이티 인수주체 '급변경'한 이유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논란 불식시키려는 취지인 듯

권일운 기자공개 2015-10-01 09:16:01

이 기사는 2015년 09월 24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에스아이티 인수 주체를 한화S&C에서 한화에너지로 바꾼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러 추론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배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에서 또다시 일감몰아주기 회피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

한화는 지난 8월 중순 에스아이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별도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매각자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한화 측에 배타적 협상 권한을 부여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초 에스아이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거래는 공개 경쟁입찰 형태로 진행돼 복수의 원매자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특히 에스아이티가 에너지 효율화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었던 까닭에 경동도시가스와 귀뚜라미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컸다.

매각자 측은 원매자들과 거래 조건을 협상했고, 한 곳의 원매자와는 큰 틀의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화의 등장으로 판세가 바뀌었다. 한화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한 가격 조건을 제시한 것을 물론, 물론 신속하게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가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로 나선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룹의 시스템 통합(SI)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한화의 '아킬레스 건'이었다. 이같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화S&C의 계열사 일감을 줄이거나,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를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한화에게 에스아이티는 가장 적합한 인수합병(M&A) 대상 중 하나였다.

사업적 시너지 목적보다는 규제 회피 의도를 띤 M&A 였던 까닭에 한화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에스아이티 인수 실무를 담당한 그룹 전략담당자 민구 상무가 거래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거래 정보가 새나갈 경우 인수를 철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다. 한화S&C의 지분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나눠갖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스카이레이크와 한화는 늦어도 9월 초에는 거래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하지만 8월 말 한화가 갑자기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하면서 거래는 무산 위기를 맞았다. 가격을 포함한 거래 조건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설에 오를 수 있는 M&A를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냐는 여론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카이레이크와 한화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에스아이티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주체는 한화S&C에서 한화에너지로 변경됐고, 매매가도 1000억 원 중반 선에서 상당한 절충이 이뤄진 1029억 원으로 합의했다.

가격 절충은 에스아이티라는 기업 자체의 가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이기도 하지만,한화S&C에 비해 한화에너지에 인수됐을 대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하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화S&C와의 내부거래를 줄였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은 인수 주체 변경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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