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일가, 순탄치 않은 경영 행보 장남 정몽선 회장 현대시멘트 경영권 잃어…몽훈·몽용도 우여곡절
강철 기자공개 2015-10-12 08:45:0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07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전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순탄치 않은 경영 행보를 걷고 있다.정순영 회장의 장남인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은 지난 1일 이주환 사장, 임승빈 전무 등 현대시멘트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 7월 30일에는 김호일 부회장을 포함한 전 경영진 4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정 회장은 현대시멘트가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8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제공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전현직 경영진이 정 회장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채무보증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현대시멘트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다. 성우종합건설의 부실을 떠안은 현대시멘트는 2010년 6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4년 3월 출자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주주가 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으로 변경됐다. 정 회장의 현대시멘트 지분율은 27.3%에서 2.3%로 크게 하락했다.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율은 2.5%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1987년 부친으로부터 현대시멘트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30년 가까이 경영을 총괄하며 연간 3000억~4000억 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시멘트 외에 레저, 건설, 운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중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건설 사업을 추진한 탓에 선대 회장 때부터 일궈온 핵심 사업 기반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시멘트업계는 정 회장이 전현직 경영진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울 경우 워크아웃이 종료되더라도 경영권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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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정순영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3남 정몽훈 전 성우전자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업들을 사실상 모두 잃었다. 현재는 성우효광이라는 작은 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나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정몽훈 회장은 1997년 성우전자, 성우캐피탈, 성우정보통신, 성우TRW 등을 중심으로 독자 경영에 나섰다. 정 회장이 주력으로 키운 사업은 IT, 자동차 부품이었다. 사업 초기 현대자동차, 현대전자(SK하이닉스) 등 범현대가 계열사 물량을 토대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사세가 급격하게 축소됐다. 성우전자는 2001년 11월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고, 결국 부도를 냈다. 2002년 1월 법정관리가 개시됐으나 2003년 7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성우정보통신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0년 12월 국제전화, 인터넷폰 등의 주력 사업을 현대통신에 양도했다. 팩토링, 할부금융 등을 영위했던 성우캐피탈도 2002년 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법인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 회장은 2002년 국세청으로부터 추징세를 부과받았다. 정순영 회장으로부터 계열사들의 주식을 넘겨받은 과정에서 증여세를 덜 냈다는 혐의였다. 정 회장은 이에 반발해 2003년 취하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2006년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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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인 정몽용 현대성우홀딩스(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 회장은 그나마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을 공급하며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400억~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도 한때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대성우홀딩스가 '강서'라는 냉면전문점을 설립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강서'의 출발점은 정주영 회장의 단골집이었던 강서면옥이었다. 강서면옥의 주인 아들과 정 회장이 중학교 동창인 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현대성우홀딩스는 당시 외식업 진출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강서'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 자본이 업종과 전혀 상관이 없는 영세 사업에까지 뛰어든다는 거센 비판에 휘말렸다. 결국 2011년 강서 지분을 계열사인 성우로지스틱스에 넘겼다. 성우로지스틱스는 곧바로 강서를 합병했다.
차남인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경영보다는 주식 투자에 더 관심이 많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종합금속은 용접봉, 특수금속 제조 등 주력 사업 부문의 설비 증설이나 기술개발보다는 다른 기업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고 있다.
정 회장은 100% 개인회사인 현대종합금속을 통해 조선선재, 기아자동차 등에 투자하며 짭짤한 수익을 냈다. 2010년 조선선재 주식 16만 2928주(12.9%)와 기아자동차 주식 92만 730주(0.2%)를 매각해 얻은 차익만 350억 원에 달한다. 2012년~2014년에 걸쳐 개인적으로 매입한 KCC주식 10만 5200주의 평가차익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종합금속은 올해 초 하이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 실적이 반등한 만큼 주식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주식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IPO를 결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몽석 회장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주식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내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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