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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의 진일보…벤처투자 마중물 '미지수' [벤처펀드 출자나선 은행들③]벤처펀드 앵커 출자자로 나서기는 아직 어려울듯

양정우 기자공개 2015-11-06 08:38:34

이 기사는 2015년 10월 30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대마진이 수익원인 은행과 모험자본을 뜻하는 벤처캐피탈은 섞일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 들어 은행들은 벤처투자에 주력하는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기술가치펀드)'를 줄지어 결성했다. 이를 마중물로 삼아 벤처펀드 전반으로 출자 영역을 확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해 초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전북·광주은행 등이 기술가치펀드를 조성했다. 올해 결성된 기술가치펀드 규모는 펀드 결성 예정액 기준으로 4800억 원에 육박한다.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벤처기업들은 수천 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벤처캐피탈를 위탁운용사(GP)로 선정했기에 제대로 된 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벤처펀드 전반에 대한 든든한 출자자가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은행들의 이번 '러시'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몇몇 은행은 기술가치펀드 때문에 벤처투자를 위한 별도 부서를 신설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기술금융에 치중한 펀드이기에 다른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엇보다 현행 제도에는 은행이 벤처펀드 출자 자체를 꺼리게 하는 걸림돌이 있다. 현재 은행들은 펀드 출자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위험가중치로 400%를 적용받고 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을 출자할 경우 400억 원의 자본을 쌓아야 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더라도 당장 발생할 불이익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금융 당국은 벤처펀드 활성화를 위해 이런 건전성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벤처펀드 출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은 상업은행(Commercail Bank)으로서 다수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다수에게 대출해 거둔 예대마진을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대마진에 최적화된 만큼 불확실성이 큰 벤처투자는 상업은행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선 은행의 적극적인 유한책임출자자(LP) 참여를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모험자본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은행 등 민간 출자자들이 벤처펀드에 출자하려는 유인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자금의 회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추세를 따져보면 벤처펀드는 더이상 정책자금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달 초엔 증권사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벤처펀드가 최초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 벤처캐피탈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950억 원 규모로 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창구로 벤처투자를 주목하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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