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예측불허 자문사, IPO 수요예측 교란 IPO 수요예측 참여→청약 '불참'...공모가 왜곡·주가 하락 등 후유증

김시목 기자공개 2015-12-07 10:12:27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3일 12: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을 맡은 A증권사. 공모절차를 앞두고 각종 이슈가 터지면서 일정을 연기하는 등 변수가 빗발치듯 쏟아졌다. 다행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상의 자금이 몰린 덕분에 발행사와 증권사는 공모가를 밴드상단으로 확정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투자자문사 일부가 청약일에 슬그머니 발을 뺀 것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 투자자문사들은 금융투자협회 차원의 페널티 조항(일정기간 수요예측 참여 불가)이 청약에 참여하는 것보다 실(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약은 결국 참패로 끝났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주관사 측이 자문사에 해명을 요구하자 돌아온 대답이 황당했다.자문사 관계자는 "고객이 청약일 전날 자문사도 모르게 돈을 인출해버려 청약에 참여할 돈이 없다"며 "페널티를 떠나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발행사와 증권사 투자은행(IB)들이 기업공개(IPO)수요예측 참여가 허용된 투자자문사의 예측불허 행보에 이처럼 '멘붕'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 참여했다가 막판 청약 과정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여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투자자문사들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증권사 IB들도 사전에 이같은 행보를 예측하고 미리 움직인다고 하지만 대응할 수 있는 수준도 한계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을 빼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발을 빼는 자문사들의 수요예측 참여는 공모가를 부풀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높아진 공모가 탓에 청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도 외면하고,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밑을 오랫동안 밑돌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8월 투자자문사와 부동산신탁사 등 기관투자자 대상을 대폭 확대시키며 수요예측 저변을 확대시켰다. 앞서 대형 투자자문사 대표 등이 수요예측 참여제한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해온데 따른 결과였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모주 또는 회사채 발행시 수요예측 권한을 가진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에 그쳤다. 투자자문사의 경우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배제돼왔다.

하지만 문턱을 낮추니 투자자문사들의 행보는 기대와 달리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에도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청약에 발을 빼는 사례가 벌어지긴 했지만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이 같은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투자자문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150여개에 달하는 투자자문사 가운데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들이 갑작스럽게 돈이라도 인출하게 되면 투자자문사들의 여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냉기가 가득한 최근 공모주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문사의 이 같은 예측불허 행보는 더욱 잦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이 좋을 때야 리스크가 낮지만, 나쁠 때는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에 중소형 투자자문사들 입장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자본금이 탄탄한 곳의 경우 리스크 헤지가 가능해 더 능동적인 투자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며 "중소형사의 경우는 적극적인 투자 집행보다 안정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