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gue Table]회사채 시장, '용두사미' 100조 기대감 무산[DCM/Overview] 상반기, 양적·질적 성장…하반기, 금리 변동성에 '수급 악화'
임정수 기자공개 2016-01-04 09:00:00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1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국내 부채자본시장(DCM)의 분위기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가 동반 축소되면서 회사채 발행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기업들이 금리 상승기 진입을 앞두고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발행시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연간 발행액 100조 돌파의 기대감이 컸다.하지만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 빅3 기업의 대규모 적자와 BNK캐피탈 사태는 회사채 투자심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에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섰다. A급 회사채 비중이 줄어드는 등 시장 양극화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또 금리 상승기에 평가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단기채를 선호하면서 회사채 만기도 점차 단기화되는 분위기다. 기업들도 저금리를 활용한 선제적 자금 조달을 줄이고 차환 용도 등 꼭 필요한 자금 조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2015년 회사채 발행액 역대 두번째…하반기, 시장상황 악화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5년 발행된 일반회사채(SB), 여전채(FB),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산한 국내 공모 채권 발행액은 96조 269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발행 규모로는 2012년에 99조 3056억 원어치 발행된 이래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2014년 91조 7590억 원에 비해 4조 4160억 원 가량 증가했다. 회사채 만기도 장기화되고 A급 이하 회사채 발행도 늘면서 전체적으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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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상반기에 좋았던 분위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침체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상반기에는 50조 원을 넘어서며 연간 100조 원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특히 2분기에는 분기 기록으로는 역대 최대인 28조 원 가량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회사채 발행액은 3분기 들어 감소 추세로 전환했다.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23조 원, 4분기에는 22조 원 규모로 감소하면서 하반기에는 45조 원어치 발행되는 데 그쳤다.
종류별로 부채자본시장의 본류라 할 SB 발행액 감소 폭이 가장 컸다. SB 발행액은 상반기에 24조 72100억 원에서 하반기에 18조 5550억 원으로 감소했다. FB 발행액은 같은 기간 17조 918억 원에서 16조 2350억 원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ABS 발행액은 오히려 8조 8158억 원에서 10조 8514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크레딧 이벤트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과 BNK캐피탈 사태에 이어 금융 당국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회사채 크레딧 스프레드도 상승했다. 2015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60bp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8월 말 31bp 대비 27bp 가량 오른 것이다. 상반기 최저치인 25bp 수준에서 2배 이상으로 스프레드 폭이 벌어졌다. 같은 등급의 5년 만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상반기에 비해 20bp 가량 상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하반기들어 회사채에 대해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서면서 채권 포트폴리오 내에서 회사채 발행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면서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하반기부터 회사채 발행 물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 하반기에 양극화 심화…A급 비중 급격히 축소
상반기까지만 해도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은 완화하는 듯 했다. 2015년 상반기까지 발행된 A급 SB는 4조 91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발행액 2조 8968억 원에서 2조 원 가량 증가했다. 전체 회사채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2014년 같은 기간 14% 대비 크게 증가했다. BBB급 회사채도 하이일드펀드를 중심으로 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체의 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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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는 A급 이상 회사채 비중이 16%로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들어 6월과 7월에는 A급 회사채 발행이 활발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8월 이후로 A급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9월에 A급 회사채 발행 비중이 18% 수준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4분기에는 10% 전후까지 급감했다.
FB 부문에서의 A급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A급 여전채 비중은 상반기 21%에서 하반기 1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BNK캐피탈의 채권 손실 우려가 불거지면서 여전채 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은 탓이다. 폭스바겐 이슈가 불거져 폭스바겐파이낸셜이 국내에서 발행한 채권을 중심으로 여전채 경색 현상이 지속됐다. 하반기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헤지 손실이 커지면서 여전채 투자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회사채 미매각 물량도 증가했다. 2015년 수요예측에서 미배정이 난 이후 청약에서도 투자 수요가 없어 증권사들이 인수한 미매각 회사채는 총 1조 9770억 원어치에 달했다. 전체 발행된 SB의 6%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중 대부분이 9월 이후 발생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A급 회사채의 20% 가량이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의 미매각 물량으로 남았다.
시장 관계자는 "회사채에 우호적이던 투자자의 분위기는 8월 이후 잇따른 크레딧 이벤트가 터지면서 급반전됐다"면서 "투자자들이 회사채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4분기에는 AA급 우량 기업 회사채마저 투자 수요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 회사채 만기 장기화 주춤…차환자금 비중 증가
회사채 만기의 장기화 추세도 주춤해졌다. 시장 금리가 장기 상승 추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단기로 운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장기채에 투자했다가 자칫 금리가 오를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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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성향 변화는 장기채 발행 축소로 이어졌다. 상반기까지 63%에 달했던 5년 이상 만기 회사채 비중은 하반기에 5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특히 7년~10년 만기 회사채 비중이 19%에서 8%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이상 초 장기물 비중은 14%에서 1%로 감소했다. 반면 만기 4년 이하 회사채 비중은 37%에서 47%로 증가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2015년 3월과 6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평가이익을 노리고 장기채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했었다"면서 "3분기 들어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부각하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감하고 단기로 끊어 운용하려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하반기에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RBC) 제고를 위해 장기채 투자를 늘리면서 우량채를 중심으로 장기물 발행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자금 조달 목적 별로도 상반기와 하반기가 대비된다. 상반기에는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조달이 늘면서 회사채 발행 목적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운영자금 비중이 크게 늘었다가 하반기에는 다시 운영자금 비중이 줄고 차환자금 비중이 증가했다. 하반기 운영자금 비중은 43% 수준으로 상반기 56%에서 13% 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차환자금은 같은 기간 31%에서 41%로 10%포인트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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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반기 들어 기업들이 선제적인 자금 조달보다는 꼭 필요한 차환 목적의 조달에만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역대 최저 금리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하반기에는 시장 금리가 상승 기조로 접어들면서 주로 꼭 필요한 차환 자금 위주로 회사채 발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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