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3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에 뜻밖의 공문 한장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벤처투자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모태펀드(Fund of Funds) 운용 역량을 평가해 달라는 연구용역 의뢰서였다.연구용역 결과가 일으킬 파장은 강력하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6500억원 규모 농식품투자조합을 거느린 농수산식품모태펀드의 운용기관이 결정된다.
현재 농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은 농금원. 하지만 기재부와 농식품부는 농식품모태펀드 이관 이슈를 두고 몇년째 씨름하고 있다. 기재부는 정부기관의 중복 기능을 없애기 위해 농식품모태펀드까지 한국벤처투자에서 도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농어업 분야의 특수성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일반 벤처 생태계보다 투자 여건이 열악한 만큼 딜 소싱부터 사후 관리까지 별도의 운용기관에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용 합리화'와 '펀드 실효성'. 언뜻 한측으로 무게가 쏠리지 않는 두 가치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식품투자조합을 둘러싼 시장 플레이어는 하나같이 농식품부를 두둔하고 있다. 펀드에서 지원을 받는 농식품업체와 농어업 종사자는 물론, 벤처캐피탈과 학계의 목소리도 한결같다.
이들의 시각에서 농식품모태펀드 이관 이슈는 '농어업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로 귀결된다. 농금원이 농어업 투자 생태계에서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 등을 동원해 운용사와 투자처 사이를 세심하게 이어주고 있다. '조직 슬림화' 명분으로 농식품모태펀드를 농금원에서 떼어내는 건 이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허울일 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르면 오는 3월쯤 의뢰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조만간 해묵은 이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래도 이 한마디가 여전히 쓴맛을 남긴다. "이제와서 비용 감축을 운운할 거면 애당초 농식품투자조합을 만들 필요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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