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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퓨처스랩'을 보면 '한국형 핀테크' 보인다 [thebell interview]'비모·스트리미·블로코' 키워내..전성호 신한지주 부장 "은행 없어진다는 절박감"

한희연 기자공개 2016-01-26 10:44:1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5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 핀테크 기업이 몇 개나 있다고 생각하세요? 100개도 안 되요. 그중 쓸 만한 기업은 10개 정도에요. 정말 뚝심있게 하시려면 하시구요, 하는 척만 하시려거든 그냥 하지 마세요."

1년여 전인 2014년,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는 전성호 신한금융지주 스마트금융팀 부장에게 돌아온 대답이었다. 프로그램 구상에 조언을 얻고자 만난 핀테크 관련 전문가들조차 그의 계획에 코웃음을 쳤다.

신한금융그룹은 2014년 가을부터 핀테크 기업 육성프로그램 컨셉을 고민, 2015년 1월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T)가 만들어졌다. 같은 해 5월 신한퓨처스랩(Future's Lab)을 런칭, 7월에 1기를 선발했다. 지난 14일에 열린 2기 선발을 위한 설명회에는 25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택도 없는 아이디어라는 얘기를 들은 지 1년이 갓 지났을 뿐인데 그동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전 부장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가장 중시했던 것이 '상생'이다. 사실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핀테크 경진대회 등을 열어 우수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포상하고 해당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일회성 이벤트가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상생'하는 모델이 장기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 어렵지만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전 부장은 "핀테크 기업이 갖고 있는 생각이 30이라면 우리가 갖고 있는 70이라는 경험치를 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엑셀러레이트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며 "쌍방이 서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핵심이며,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이라고 했다.

'데모데이'는 신한퓨처스랩의 진정성 있는 상생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행사다. 신한퓨처스랩은 16주간 선정된 업체들을 육성하고 이들과 완성한 사업모델을 그룹사와 현업, 벤처캐피탈(VC), 외부투자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신한금융의 지원을 통해 완성된 사업모델을 신한금융만 독점하는 것이 아닌, 공개의 장을 통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 부장은 "다른 금융권이나 외부에 키워온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신한의 입장에서는 독점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모데이라는 장치를 넣은 것은 지원하는 핀테크기업에게 보다 넓은 성장기회를 주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지속적 상생과 진전성 있는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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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신한 Future's Lab 2기 모집 설명회'에서 1기 핀테크기업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는 토크콘서트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스마트포캐스트 김형주 대표, 블로코 김종환 이사, 스트리미 박준상 이사.

7개의 신한퓨처스랩 1기 업체들은 이미 모두 국내외 투자유치에 성공, 사업력을 키워가고 있다. 크게 6개 분야에 포진해 있는 이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우선 '비모'는 P2P비지니스와 관련한 신용평가모델을 갖고 있다. 비모는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P2P대출 플랫폼 서비스인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한다. 정교한 신용평가모형 구축, 빅데이터 분석과 심리학이론을 결합한 심리측정 기반 신용평가시스템(PSS)을 개발하는 등 P2P대출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한퓨처스랩 프로그램 과정에서 사업모델을 정교화한 비모는 지난 7월 신한은행과 협약을 통해 심리측정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 공동연구와 P2P 투자자 자산 수탁 등의 모델을 검토하고,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P2P 대출영역에서 다양한 협업모델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스트리미'와 '블로코'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다. 스트리미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외화송금 기술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스트리미의 10년만기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블로코는 블록체인 기술을 API를 통해 기존 서비스에 간단하게 붙일 수 있는 코인스택 기술을 갖고 있다. 실제로 블로코는 신한퓨처스랩의 글로벌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홍콩 이너베이터스 데이에 참석,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지 투자까지 유치하기도 했다.

'스마트포캐스트'는 빅데이터를 통해 주가를 예측, 주식을 추천해주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지난 2년 간 스마트포캐스트 모델로 달성한 수익률은 연 26%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조만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모바일 플랫폼인 아이스마트 화면 안 추천종목 콘텐츠에 스마트포캐스트의 프로그램을 탑재, 오픈할 예정이다.

'리얼아이덴티티'는 최근 핫 이슈인 생체인증기술을 갖고 있다. 지문인식 기술이지만 단순 지문인식이 아닌, '절대 위조불가능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스로 밝히는 기업가치는 2조 원 수준이다.

'포니'는 자녀 용돈관리 프로그램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다. 체크카드의 일종인데 부모가 자녀의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하거나 한도 설정을 할 수 있다. 용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닌 한도를 설정하는 개념으로 지급하는 컨셉으로, 가족의 개념으로 모바일 페이먼트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브랜덤'은 교통카드 모바일 충전 가능 기술을 갖고 있다. 교통카드를 실물카드 없이 모바일 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핸드폰 속 해킹이 불가능한 메모리 공간에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전 세계 4군데 업체 중 하나다.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6가지 분야 모두 공교롭게 최근 핀테크 시장에서 각광받는 분야다. 유망 분야만 뽑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 부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전 부장은 "업체 선정은 거의 아트(Art)의 영역인데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며 "1기 선정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분야가 이슈화될거라 예측하고 인사이트가 있어 선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굉장히 업체 구성이 잘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신한퓨처스랩은 1기인 7개 업체를 시작으로 100개 기업을 지원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해에 두번 정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하고 있다.

은행원으로만 살아온 그가 핀테크 기업을 접하며 느낀 것은 '생존의 위협'이다. 기존 금융권은 안정된 그들만의 세상 안에서 그럭저럭 생존해 왔지만 이제 무한 경쟁시대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금융의 본질은 남는 사람과 필요한 사람 사이에서 연결을 해 주는 간접중개다. 하지만 핀테크의 본질은 직접중개다. 핀테크가 활성화될 수록 간접중개자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금융산업이 계속 존재하려면 고객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앞으로 금융기관이 제공할 가능성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 부장의 판단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원이 제공해 주지못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결국 고객도 이 쪽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 부장은 "기업에게는 지금 눈앞에 명확히 이게 이익이라고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며 "은행의 존재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핀테크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업체들과 소통하고 우리가 수요자로써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금융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얼리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믿음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창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한퓨처스랩이라는 브랜드를 가꾸고 싶다"며 "눈앞의 이익을 쫓기 보다는 핀테크 업체와 기존 금융기관이 협업을 하지 않고서는 서로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점을 공유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를 찾고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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