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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특수' 노리는 건설사, 성장 전망은 유지보수 사업 등 '기대'···금융 시스템은 '부담'

김지성 기자공개 2016-01-27 09:23: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6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제 제재 해제를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진출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형 플랜트와 토목공사 등 프로젝트 신규 발주가 잇따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각종 진출 방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란의 자금 사정과 주변국 정세 등을 고려할 때 당장 현지에서 대규모 발주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이란 경제 제재가 최근 해제된 직후 현지 시장 프로젝트 발주 업체들과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현지 법인이나 지사를 재가동하며 이란 특수에 대비하는 추세다. 이란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대규모 개발 공사를 따내기 위한 목적이다.

천연가스 매장량 2위, 원유 매장량 4위의 자원부국인 이란은 17년간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로 국내 건설사들에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이달 16일 제재가 전격 해제되면서, 주목받는 신규 해외 건설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란 건설시장은 올해 496억 달러, 2017년 547억 달러, 2018년 618억 달러 규모성장이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경제 재제 전 설립했던 테헤란 지사 등 기존 법인들을 활용해 수주를 타진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과거 이란 공사 실적이 있던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이란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제 재제 전 국내 건설사의 마지막 이란 프로젝트였던 66억 달러 규모 'South pars' 공사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대림산업은 1단계(3억 5800만 달러)와 6·7·8단계(12억 달러), 현대건설은 2~3단계(10억 달러)와 4~5단계(14억 6000만 달러), GS건설은 9~10단계(12억 2300만 달러)에 참여했었다.

이란플랜트
자료: MEED,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들 역시 당장 수혜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이란당국이 자금 부족을 이유로 플랜트 수주시 동반 파이낸싱 대출 요건을 강요하고 있는데다, 시공 책임을 짊어지우는 '투자 목적' 전제의 발주들을 대거 추진하고 있다. 수주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내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안전망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이란 정부가 금융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 구축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수출입은행이 마련 중인 약 6조 4000억 원(54억 달러) 규모 이란 인프라 건설 금융 지원 방안이 구체화돼야만 국내 건설사들의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 발주시장 악화도 걸림돌이다. 원유 증산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유가가 단기 하락하면서, 플랜트 발주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반발로 달러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건설업계는 이에 신규 수주보다 장기간 방치된 플랜트 유지·보수 등 사업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outh pars 가스전'만 하더라도 2002년 이후로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1990년대 전후로 준공된 샤이드 라자이 화력발전소(1989년 준공), 카란즈 가스 충전시설(1991년) 등도 상당기간 방치된 상태다.

아울러 그나마 기대를 모으는 분야로는 건축 공사 부문 정도가 언급된다. 경제 제재 상황에서도 발주가 이뤄졌던 병원 등 건축 공사는 설계가 비교적 간단하고 곧바로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국내 일부 건설사들은 7성급 호텔, 쇼핑몰 등 수익성이 높은 공사를 따내기 위해 벌써 현지 업체와 물밑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도로 등 SOC나 플랜트는 부지 확보와 설계 등 준비 단계가 길기 때문에 수주가 쉽지 않다"며 "달러 결제 등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 이란 진출 본격화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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