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vs 황영기' 은행일임업 놓고 격돌 은행聯 "일임업 허용" 강력 주장…금투협 "투자중개업 본질 빼앗는 것"
이승우 기자공개 2016-02-02 10:19:18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논란이 재차 불거지게 됐다. 은행권 대표인 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이 대놓고 포문을 열면서 잠잠하던 이슈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증권업계 대표인 금융투자협회는 은행의 일임업 허용을 저지하기 위해 그동안 조용하게 감독당국을 대상으로 설득해 왔다.규제 철폐를 피력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무게 추가 미세하게 은행권에 쏠린 형국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복합금융점포를 통해 은행의 투자 일임업을 간접적으로 허용한 전력이 있어 은행권의 입장만을 들어주기에는 부담일 수 있다.
◇하영구 회장의 선전포고…자산관리 비즈니스에 필수적
하영구 회장은 지난 27일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원, 금융연수원, 국제금융센터, 금융연구원 공동 신년간담회에서 "투자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며 "고객 선택의 폭, 서비스 제공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금융당국에서도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새로운 라이선스를 부여해서 할지, 신탁을 활용해 투자일임업을 영위하게 할지 등 허용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검토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은행 일임업 허용과 관련된 이슈를 제기하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일임업 허용 논란은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과 맞물려 평행선을 그리다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하 회장이 금융위를 등에 업고 다시 공격에 나선 셈이다.
하 회장이 은행 일임업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금융위가 있다. 하지만 금융위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감안, 임종룡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문제는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산관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일임업은 필수적이다. 고객 자산에 대한 통합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 역시 판매사로 제한되지 않은 운용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임업이 필요하다. 아직 허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자산관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이는 ISA 내에서의 주식 매매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통합 관리를 위해 은행 일임 업무는 필요하다.
최근 거의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 역시 은행 일임업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에 편입되는 상품이 대부분 상장지수펀드(ETF)로 구성되고 있는데 은행은 ETF를 직접 매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모든 은행들이 자산관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인데 고객 자산의 통합 관리를 위해서는 일임 업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대적 흐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합금융점포, 은행 일임업 간접 허용한 것"
하 회장이 은행 일임업 허용을 대놓고 역설하고 있는 반면 황 회장의 금융투자협회는 조용하게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황 회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업계의 의견을 꾸준히 금융위원회에 피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일임업을 허용하는 게 투자중개업이라는 증권업의 본질을 은행에 넘기게 되는 꼴'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업은 금융자산의 중개를 업의 본질로 삼고 있는데 이마저 은행에게 빼앗기게 되면 증권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은행에 일임업을 허용할 경우 은행 고객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를 찾는 고객과 은행을 찾는 고객의 리스크 감수 정도는 천지차이"라며 "은행을 찾은 고객들에게 일임 형태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판매하게 될 경우 투자자 보호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년전 금융투자협회가 은행 일임업을 저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놓은 묘책이 복합금융점포였다. 복합금융점포의 계열 증권사를 통해 은행의 일임업을 간접 허용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금융투자협회가 금융위에 제안했고 금융위와 은행권도 이를 수용했다. 이를 넘어 은행 일임업을 허용하게 되면 복합금융점포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금융투자협회는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복합금융점포내 은행과 계열 증권사간 고객 공유도 하겠지만 증권사 투자중개업을 통해 은행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만약 은행이 일임업무를 하게 된다면 복합금융점포내 증권 계열사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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