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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두산밥캣 상장 서두른 이유는 투자자 자금회수 확약..실적개선·공작기계 매각 난항 '영향'

박창현 기자공개 2016-02-24 08:14:1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3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 자금 회수 보장 기간이 아직 4년 넘게 남았지만 시장 변수 등을 고려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두산밥캣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또 다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었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 '두산밥캣'의 국내 상장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두산밥캣은 미국과 유럽의 소형건설장비 제조·판매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중간 지주회사다.

두산밥캣 상장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8월 재무적투자자들(FI)로부터 총 7054억 원을 조달했다. FI들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전환우선주 2471주(24.5%)를 취득했다. 양 측은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납일일(2015년 9월 4일)로부터 4년 6개월 내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시, FI들에게 두산밥캣 자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 5년 내 대주주 지분을 공동 매각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두산그룹은 매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이미 상장을 위한 모든 준비 절차가 완료된 상황에서 기업공개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 신속하게 연내 상장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은 미국 주택 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2253억 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25.8% 증가한 2836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이익 총액이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85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자금조달 방안이었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점도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스탠다드차타드(SC) PE와 협상을 벌였지만 자금 조달 이슈 때문에 결렬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MBK파트너스로 우선협상자를 바꿔 매매 절차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 차이 때문에 쉽게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산 측은 1조 2000억 원 이상의 가격을, 인수자 측은 그 이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 결렬을 대비해 신속하게 두산밥캣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핵심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발표한 상황에서 M&A 협상이 결렬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유동성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밥캣 연내 상장 결정은 협상 결렬 및 매각 장기화 후폭풍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중간 지주회사 체제 구축과 실적 안정세 등 상장을 위한 조건이 현재 모두 갖춰진 상황"이라며 "연내 상장을 위해 주관사 선정 등 실무 절차에 곧바로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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