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02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등기이사 재취임을 막고 있던 법적 장벽을 해소한 지 반년 만이다. 2년 전 횡령 혐의가 확정되면서 최 회장은 SK그룹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었다.'도의적 차원에서라도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깨고 SK그룹 이사회는 그의 이사직 재선임을 밀어붙였다.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복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무리 없이 등기이사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 회장의 발 빠른 복귀가 누구의 의중이고, 또 누가 그린 밑그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최 회장의 뜻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스로 복귀 의지가 없었다면 이사회에서 아무리 밀어붙인다고 한들 고사했으면 그만이다.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의 귀환이 이사회와 임직원들의 염원을 그가 받아들이면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종합해보면 오너의 부재로 경영상 공격적 의사결정이 어려웠다는 점이 최 회장의 빠른 복귀를 원했던 가장 큰 이유다. 당위성은 한 마디로 '책임경영' 강화다.
최 회장 부재 속에서 SK그룹이 어려운 경영 여건에 직면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룹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에너지·화학은 저유가 상황에 부딪혀 활기를 잃었다. SK텔레콤은 18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효자였던 SK하이닉스 조차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 국면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이는 개편안들도 여전히 산적한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SK와 SK C&C의 성공적 합병으로 기형적 '옥상옥' 지배구조는 탈피했지만, 그 후속 작업은 명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SKT를 중심으로 한 IT 계열 정리작업,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정리 등도 풀지 못한 숙제다.
정작 최 회장은 복귀 후 당분간 경영상 문제들보다 사적 문제들의 해결에 노심초사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금감원의 자금흐름 조사, 노소영 관장과 불화 등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산적해있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의 빠른 경영 복귀가 SK그룹에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좀 더 심사숙고한 후에 복귀를 결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뭐가 됐든 최 회장의 복귀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2년 만에 돌아오는 오너를 향한 조직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다. 최 회장의 복귀가 SK그룹의 조속한 기업가치 회복에 진정 도움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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