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퍼블리시스, 제일기획 '몸값' 줄다리기 현 주가 기준 EV 1.65조, 에비타배수 10배… 삼성 '저평가' 기준가 상향 주장
정호창 기자공개 2016-03-14 08:15:13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기획 경영권 지분 매매를 놓고 협상 중인 삼성그룹과 프랑스 퍼블리시스가 거래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제일기획 주가와 기업가치(EV)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퍼블리시스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를 기준으로 매매가격 산정을 원하는 반면 삼성그룹은 매각설이 불거진 후 제일기획 주가가 크게 떨어져 퍼블리시스의 요구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11일 투자은행(IB) 및 광고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퍼블리시스의 제일기획 경영권 지분 매매협상이 거래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인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향후 지분 추가 취득을 염두에 두고 있어 삼성그룹 보유지분을 가능한 저가에 인수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시스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그룹 보유지분 가치를 산정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부 얹어 주는 방식의 거래가격 책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일기획 주식이 최근 1만 70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보유지분 28.28%의 시장 가치를 5650억 원으로 책정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제일기획의 기준 몸값을 산정하면 시가총액은 약 2조 원(9일 종가 1만 7350원 기준), 기업가치(EV)는 1조 6400억 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벌어들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1664억 원을 기준으로 거래 밸류에이션을 산출하면 에비타 배수(EV/EBITDA)는 약 10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평균 거래 밸류에이션과 유사한 수준이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의 현 주가와 시가총액 등이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 같은 기업가치 산정을 토대로 삼성그룹 보유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면 20% 책정시 약 6800억 원, 30% 기준 7300억 원 정도로 예상 거래가격이 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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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그룹은 퍼블리시스의 이 같은 계산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제일기획의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EV)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일기획 주가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2만 2000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매각설이 불거진 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 시가총액이 20% 이상 낮아진 상태다.
삼성그룹의 입장대로 제일기획 기준 주가를 2만 2000원으로 산정하면 지분가치(Equity Value)는 약 2조 5000억 원, 기업가치(EV)는 2조 1700억 원 수준으로 산출된다. 에비타 배수는 13.1배 수준으로 높아지고, 삼성그룹 보유지분의 기준 가치도 7100억 원 수준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가산할 경우 삼성그룹 보유지분 28.28%의 예상 거래가격은 9300억 원 수준으로 껑충 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20%로 낮춰도 지분 가치가 8600억 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 경우 거래 밸류에이션이 시장 평균치를 넘어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에 퍼블리시스 입장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선 주장의 근거와 명분이 명확하다. 거래 종결 후 삼성그룹이 최소 5년간 광고물량을 보장할 예정이기에 제일기획의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훨씬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실적을 기본으로 유지하면서 퍼블리시스그룹 편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얹어지면 단기간에 기업가치 향상이 가능하므로 지난해 실적이 아닌 거래 종결 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거래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 역시 삼성그룹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52주 최저가 수준인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매매가격을 산정할 경우 삼성그룹이 금전적 손해 뿐 아니라 대외 이미지와 평판 하락 등도 감수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며 "제일기획의 성장성과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해 거래가격을 조금 상향하더라도 퍼블리시스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에서 독립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 때문에 제일기획 주가가 최근 많이 하락했지만 조만간 과거 주가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퍼블리시스가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어 삼성그룹이 물량 보장기간을 5년보다 크게 늘리고 경영권 프리미엄 비율을 조금 낮추는 대신 거래 기준가격을 상향하는 형태로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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