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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강요에 난감한 중기특화證 IBK·코리아에셋證 제외한 대부분 준비미흡…메리트도 없어 '계륵' 전락

민경문 기자공개 2016-03-25 12:58: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4일 11: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크라우드펀딩을 중기특화 증권사의 핵심 평가요인으로 천명하면서 상당수 지원 후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준비 시간이 촉박한 데다 비용을 들여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기대 수익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금을 지원 받은 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증권사가 평판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부담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마감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입찰에는 총 13곳의 증권사가 참여해 오는 29일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트랙레코드를 중심으로 한 정량평가(20%)와 정성평가(80%) 점수를 더해 5곳 내외가 선정될 예정이다. 특히 사업의지 영역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주된 평가 요소가 작용할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 창구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이를 처음 언급한 건 지난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기특화 증권사 설명회 자리였다. 최근 각 후보별 실무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증권사 관계자는 "전혀 준비가 없던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 실적이 입찰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를 지난달에서야 처음 들었다"며 "지금으로선 크라우드펀딩 업무를 준비하지 않을 경우 중기특화 증권사 탈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 즉 크라우드 펀딩 업체로 등록된 증권사는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에 불과하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신청에 나섰지만 대주주 적격성 등의 문제로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아 금융위원회 승인은 고사하고 29일 PT 심사 전까지 제안서 제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후보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건 분명해 보인다"며 "지금으로선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해 뭐라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이 최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인 신화웰스펀딩과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상당수 후보 증권사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크라우드펀딩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연 증권사들이 주도해야 할 분야인지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후보 증권사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억 원을 모은다 해도 5% 내외의 수수료를 적용하면 받는 돈은 500만 원에 불과하다"며 "그 정도 수입을 위해 고급 인력을 별도 투입한다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만약 펀딩을 받은 업체들이 법적 문제에 휘말리거나 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진다면 해당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들이 애매해 질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핵심 중 하나가 제대로 된 기업에 자금이 투입되느냐인데 금액이 크지도 않은 거래에 증권사가 평판 위험을 떠안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기특화 증권사 선정을 미끼로 크라우드펀딩 실적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지금 당장은 후보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준비를 해야겠지만 만약 차후에도 계속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의지를 보일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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