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1조 기업은행, 400억 유증 배경은 설비투자펀드 손실 보전 차원…금융위 산은·기은에 올해 800억 예산 배정
윤동희 기자공개 2016-03-30 10:05: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9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순익 1조 원을 기록한 기업은행이 정부로부터 400억 원을 증자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기획한 설비투자펀드 운용에 따른 예상손실 보전 비용으로, 정례적인 유증절차라는 설명이다.기업은행은 지난 28일 장마감 후 '정부의 현금출자에 따른 유상신주 발행안'을 공시했다. 신주의 발행가액은 1주당 1만 1183원으로 기명식 보통주식 357만 6857주를 발행한다. 약 400억 원이다. 제3자 배정방식으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발행신주 전부를 대한민국 정부에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은행은 "정부가 추진한 설비투자펀드 운용에 따른 예상손실 보전 및 BIS비율의 선제적 제고로 원활한 정책금융수행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BIS비율은 12.5%, 티어1 비율은 9.35%로 시중은행 평균 수준이다. 400억 원 증자로 각 3bp의 비율 개선이 이뤄지긴 하지만 이번 유증은 설비투자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추진한 예산집행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 기업은행의 경영실적이나 재무현황과는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개별 은행 기준으로 순익 1조 239억 원을 시현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해 사실 증자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기업은행은 산업은행과 함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지시로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1차 설비투자펀드는 2013년부터 5조 원 규모로 조성됐고 2014년 새 경제팀에서는 3조 원 규모의 2차 설비투자를 조성키로 했다. 이외에도 안전설비투자펀드와 지역설비투자펀드까지 기업은행은 총 네 가지 종류의 설비투자펀드를 운용 중이다. 산업은행 분을 제외하고 기업은행에 할당된 설비투자펀드 규모는 7.5조 원이다.
설비투자펀드는 투자와 대출을 병행해 기업이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 지원된다. 직접투자의 경우 우선주, 보통주, 회사채, 전환사채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구사할 수 있다. 대출로 지원이 되면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 감면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정책펀드를 기업은행에서 조성하고 운용하는 만큼 정부에서 직접 자금을 출자하지 않더라도 펀드 운용에 따른 손실은 보전해주는 셈이다. 금융위는 올해 설비투자펀드 손실보전액 예산으로 800억 원을 확보해 기업은행 뿐 아니라 산업은행에도 400억 원을 집행했다.
앞으로 몇 년은 이 은행 실적과 관계없는 증자는 계속된다. 정부와 은행은 예상 손실율을 전체 펀드 규모의 6%로 설정해놨다. 때문에 정부는 기업은행에만 총 45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2013년부터 정부는 매년 유증을 단행 중인데 이번 400억 원까지 기업은행이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설비투자펀드 손실보전 규모는 총 1700억 원이다. 설비투자펀드의 운용 계획은 2017년까지 짜여 있지만 4500억 원을 모두 지원받기 위해서는 2017년 이후에도 수년에 걸쳐 증자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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