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04일 13: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이 과거 벌어진 임직원들의 형사 재판에서 개인 소송비용을 대신 내줬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심판원에서 이와 관련된 불복절차를 최근까지 진행해 왔지만 대우건설 측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대우건설이 지난 2014년 제기한 조세불복 심판청구의 최종 결과지를 최근 내놨다. 2013년 말~2014년 초 사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거쳐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고 이에 반발해 제기했던 심판청구 절차다.

조세심판원이 내놓은 결과는 쟁점에 따라 각각 경정(재조사)과 기각으로 나뉘었다. 결론적으로 해외 계열들에 과거 제공한 대여금 매출채권의 회수 지연 이자 적정성 및 연구개발(R&D) 인력 비용의 부정 세액 공제와 관련해서는 '경정' 결정이 났지만, 임직원들의 소송비와 엮인 부분은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기각 결정이 내려진 사안은 대우건설 임직원 십 수명이 2011년부터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검찰 기소돼 진행해 왔던 형사 재판 소송 비용을 회사가 대신 내주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했다가 추징금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턴키공사 수주를 위해 수년간 수백 여명에 달하는 수주 심의위원들에 대한 접대를 벌여왔다. 관련 자금은 공사비를 부풀려 정상 비용과 차액을 만들고 이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A 전 본부장 등 십 수명은 이런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2011년부터 형사 재판을 받아왔다.

대우건설은 이들의 형사 소송비를 수년간 대신 내주고 이를 정상 비용으로 회계처리해왔다. 개인의 소송이 아닌 회사 영업과 관련된 리베이트 활동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2014년 세무조사를 거쳐 이를 정상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손금불산입하고 이익을 재산정해 관련 추징금을 부과했다.

조세불복 절차에 돌입한 대우건설은 해당 쟁점을 두고 회사와 연관된 소송이기 때문에 정상 비용 처리란 점을 적극 내세웠다. 법인의 영업을 위해 A 씨 등이 나섰던 사안인데다, 개인적인 횡령 등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업무와 무관한 소송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대우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정상 비용 처리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대우건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세심판원은 기본적으로 이를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인 사업과 관련해 지출이 이뤄지거나, 여타 사업자도 같은 상황 하에서 동일한 지출을 했을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A 씨 등의 소송비용을 대우건설이 대납해 주고 이를 정상 비용으로 처리한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대금을 과다 계상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정상 대금과 차액을 되돌려 받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로비 자금으로 활용했던 사안"이라며 "사업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고 하지만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두고 벌어진 소송비용을 법인이 대 준 것이기 때문에 정상 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추징금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던 소송비용 처리 부분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만큼 대우건설은 이를 두고 조만간 행정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당시 재판을 받았던 임직원 중 일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볼 때 향후 법정에서 이와 관련된 추징금의 적정성 여부를 재차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는 추징금 등 세액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국세청에 이의신청이나 조세심판원을 통한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등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원에서 행정소송 절차를 최종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모든 절차는 결과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