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산은 바뀐다…자금조달 다변화 개인고객 확보 행보..'산금채' 의존 자금조달 구조 위험성 지적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6-04-14 10:25:58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2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와 통합을 계기로 정책금융 역할 강화로 은행의 정체성 방향을 잡아가던 산업은행이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소매금융 영역도 함께 강화해가는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금융채권(이하 산금채) 발행만으론 자금조달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외부 지적과 '수신업무'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내부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후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매금융 강화 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자금조달 다변화와 고객관리 차원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일선 부서의 설명에 동의하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은 그동안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 주문을 받고 신기술금융·기업금융·벤처금융 등으로 대변되는 정책금융 강화 일변도의 전략을 해나갈 듯 보였다. 소매금융엔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일선 시중은행과 소매금융 분야에서 시장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감독 당국의 권고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고 국책은행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소매금융을 적극적으로 영위하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 취임 이후 행보는 이런 과거의 행보와 다소 달라 보인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가 불허됐지만 소매금융 업무에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고 최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산금채 상품을 출시하는 등 소매금융을 확대하려는 듯한 영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수금 '뚝'…위기 의식 느낀 산업은행
산업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전체 조달잔액 중 예수금(원화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다. 예수금 비중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2012년 31.3%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014년 17.8%까지 떨어졌다.
반면 산업은행의 주요 자금조달 방법인 산금채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정금공과 통합으로 정책금융공사채권(정금채)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산금채를 포함한 산업은행의 사채 비중은 2012년 44.1%였으나 지난해 64.8%로 상승했다.
이는 은행이 필요한 자금의 3분의 2를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은 고객들이 맡긴 예적금을 재원으로 주로 활용한다. 채권발행을 통한 주요 자금 조달은 은행 입장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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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조달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고 금리 변화에 따라 리스크가 매우 커지는 불균형을 보여주는 게 산은의 현재"라고 했다.
이 회장이 일선 부서의 소매금융 강화 필요성 설명에 동의를 한 이유도 이러한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산업은행은 산금채 비중을 줄이고 예수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으로, 경제위기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 산금채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 원화산금채 규모는 약 92조6000억 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경제위기로 산금채 금리가 0.1%포인트만 상승해도 1000억 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산업은행이 올해 목표한 당기순이익(930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도 "산업은행이 정책금융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며 "자금조달 포트폴리오가 산금채에 편중돼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예수금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개인고객 수를 늘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자금조달 포트폴리오상 30%대의 예수금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양한 경로 소매금융 확대할 듯..정책금융도 동시에 강화
다만 시중은행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또 실제로 반발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ISA 판매가 어려워진 게 단적인 예다. 당초 산업은행은 ISA 판매를 통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산업은행은 '산금채 개인판매'를 통해 개인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활용한다. 그동안 산금채를 개인고객에게 판매해 왔지만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하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를 통해서도 충분히 물량을 소화할 수 있고 산금채를 개인고객에게 판매하더라도 예수금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유치해 향후 예수금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예수금 비중을 늘릴 수 없지만 개인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우회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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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기업은행의 자금조달 전략에서 가능성을 봤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금융채권(이하 중금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8조4530억 원이다. 전제 자금조달 중 중금채 비중은 48.3%다.
기업은행은 개인수신 기반이 여타 시중은행보다 취약한 탓에 중금채 발행으로 재원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보다는 개인고객을 통해 중금채를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 중금채 중 개인고객을 통해 조달하는 비중은 2010년 43.4%에서 지난해 말 61.6%까지 늘었다. 이런 개인 고객은 기업은행의 소매금융 고객이 되기도 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중금채 판매로 개인고객을 확보하면서 소매금융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며 "당장 예수금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산금채 개인판매로 우선 이탈하는 고객과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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